올바른 사람, 정의를 가진 사람,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내 믿음이 산산히 깨져가던 시절, 나는 믿음에 간 금만큼 그런 사람들을 혐오하게 되었다.
나는 불안정해졌고 내 주변을 늘 불편하게 했다. 개개인의 원자적인 믿음을 부정하자 사회라는 물질은 내게 허상이 되었다.
그렇게 벽 너머를 응시하듯 멍해졌다. 그런 내 눈 앞에서 신과 악마를 확률적으로 오가는 어느 힘이 세계를 만지작거렸다.
출근을 한 그는 사직서를 제출한 뒤 퇴근하여서는 아이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내의 걱정을 뒤로하고, 마치 출근하듯 양복을 차려입고서는 다음날 아침도 차갑고 축축한 세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는 사회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어느 곳에도 그의 자리는 없었고 후임에게 의자를 양보한 것을 후회하려 할 때마다 마음을 다잡느라 진을 뺐다.
그의 양보에는 보람이나 뿌듯함 보다는 수치심과 모멸감이 뒤따랐고 길거리에 널린 유흥주점의 전단지를 보며 그들은 얼마를 벌고 있을지 머릿속으로 돈을 세다가 깜짝 놀라 아직은 따뜻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곤 했다.
낮은 길고 밤은 짧아 그는 내내 집 밖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이제 그는 무능하고 쓸모없는 돌맹이가 되어 여기저기 치이는 대로 굴러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비슷한, 어쩌면 돌맹이조차 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손전등을 입에 물고 발을 내딛었다고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아버지를 닮지 못했고 오늘도 정처없이 이리저리 치이고 밟히다가 언제 끊길지 모르는 난방으로 덥혀진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