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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우주와 흰 옷과 빨간 국물

by 이원소

우주에 선을 그어 은하를 그리고, 그것을 또 선으로 쪼개고 쪼개어 태양계에 다다른다. 그것을 또 선으로 쪼개어 지구를 보게 되고, 우리는 그것에 선을 그어 국가와 지역과 내 것과 남의 것을 나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가 우리가 아끼는 옷에 빨간 국물을 흘리면 화가 난다.


1. 누군가가


누군가는 내가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내가 아니었나. 나는 누군가에게 누군가이다. 그는 누군가의 옷에 빨간 국물을 흘렸다. 나는 나라는 누군가의 옷에 빨간 국물이 스며드는 것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아끼는 옷에 빨간 국물이 흐르는 상황이 벌어지는구나. 그리고 이 일에는 내 눈앞의 저 사람이 관여되어 있구나. 그는 내 삶에서 누군가를 담당하며 이 사건에서는 원인을 담당하는구나.


2. 아끼는 옷


나는 이 옷을 아끼는구나. 잘 입지 않고 혹시라도 주름이 잡힐까 걱정하며 최대한 바르게 옷을 다리고 걸어야 마음이 놓이는구나. 이 옷은 희구나. 이 옷은 구름처럼 희구나. 하지만 구름은 나에게 소중하지 않다. 나를 감싸주는 옷은 "누군가" 들로부터 우리를 가려주지만, 구름은 펄펄 끓는 태양으로부터 나를 가려준다. 하지만 구름은 구름이고 옷은 옷이다.


3. 빨간 국물

"누군가"의 입에 들어가면 정말 맛이 좋았을 녀석. 하지만 이 녀석이 생각한 제자리는 내 흰 옷 한가운데이구나. 당당히 그곳을 차지하고는 당연하다는 듯 당당히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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