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는 그곳에서 아름답지 않다.
처음 눈을 떴을 때, 나는 회색인 줄 알았다.
주변이 온통 회색이었으니까.
처음 밤이 왔을 때, 나는 추위를 몰랐다.
주변에 누구도 추워하지 않았으니까.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주변을 포근히 덮어주는 모래와 나는 달랐다.
나는 온통 가시 투성이었다.
다시 밤이 왔을 때, 나는 추위를 느꼈다.
주변을 포근히 덮어주는 모래와 나는 달랐다.
나는 쪼그라든 이파리를 흔드는 꽃에 불과했다.
장미는 흔히들 아름답다고 하지만 사실 가시를 품고 있어 그것을 쥐려 하면 도리어 상처를 입는다.
언제부터 가시가 돋쳤는지 장미는 알지 못한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지금 나에게 가시가 있다."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심스럽게 입사귀를 내밀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