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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고속도로의 중앙선

by 이원소

비가 내린 지 얼마나 되었을까. 흐릿한 하늘 아래 고속도로는 빛바랜 회색의 띠처럼 길게 뻗어 있었다. 빗물은 아스팔트 위에서 얇은 막을 이루며 미끄러졌고, 차들은 쉼 없이 그 위를 달렸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자동차의 타이어 소리, 웅웅거리는 엔진 소리는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그 길의 옆구리, 거친 풀숲 사이에 작은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그 몸체는 비에 젖어 윤기가 돌았다. 뾰족한 귀는 사라지고, 흰 배 부분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 듯한 핏자국으로 물들어 있었다.


고양이의 바로 옆에 또 다른 고양이가 있었다. 어미였다. 온몸이 회색빛 얼룩으로 덮인 어미 고양이는 가만히 서서 도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미의 눈동자는 젖어 있었다. 비 때문이 아니었다.


그 눈에는 고양이가 아닌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그건 사람이 흔히 보일 법한, 어쩌면 사람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종류의 깊은 상실감이었다. 어미는 움직이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소리와 자동차의 지나가는 소음만이 그 주변을 감쌌다. 고속도로의 저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어딘가로 사라지는 길의 끝이 보일 뿐이었다.

어미는 고개를 숙였다.


젖은 땅에 코를 대고, 죽은 새끼의 냄새를 맡았다. 차가운 냄새, 비린내, 그리고 흙냄새. 그건 어미가 수없이 핥아주던 새끼의 털에서 나던 그 냄새가 아니었다. 이것은 '끝'의 냄새였다. 그녀는 천천히 혀를 내밀어 새끼의 머리를 핥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혀끝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은 낯설었다. 언제나 새끼의 머리는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작은 몸이 다가와 몸을 부벼오고, 고운 목소리로 울어댔던 그 순간들은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고속도로.

어미는 그 길을 바라봤다. 새끼가 사라진 곳, 새끼가 돌아오지 못한 곳. 자동차는 쉼 없이 달리고 있었다. 하나의 흐릿한 선처럼 이어지는 빨간 불빛들이 질주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멈추지 않았다.


'멈춰야 해.'


어미의 눈이 천천히 좁아졌다. 눈앞에 보이는 세상이 뿌옇게 흔들렸다. 비 때문일까, 아니면 눈물 때문일까.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앞발을 들어 한 걸음 내디뎠다. 젖은 땅이 미끄러웠지만, 그녀는 앞으로 걸었다.

고속도로와 풀숲의 경계선에 선 어미는 다시 한 번 새끼의 시체를 돌아보았다. 작은 몸뚱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어미의 눈이 슬프게 흔들렸다. 그 슬픔은 몸 전체에 걸쳐졌다. 그녀는 울지도, 소리 내어 부르지도 않았다. 단지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어미는 고속도로의 저편을 보았다. 저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저 끝에는 새끼가 있을까. 어미는 알 수 없었다. 고속도로는 사람의 길이었고, 그녀가 걷던 길은 풀밭이었다. 그녀는 그 경계를 넘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새끼는 갔다.


새끼가 간 길을 어미도 가야 했다. 어미는 천천히 발을 들어 아스팔트 위에 놓았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감촉이 달랐다. 딱딱하고 미끄러웠다. 풀숲과는 전혀 달랐다. 발끝이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앞으로 걸었다.

길 한가운데, 어미는 잠시 멈췄다.


이 자리가 새끼가 누운 자리였다. 차들은 쉼 없이 양쪽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빠르고도 강렬한 바람이 어미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커다란 굉음과 함께 어둠의 틈새를 찢고 지나가는 자동차의 형체는 어미의 눈에 흐릿한 빛줄기로만 남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아직 젖은 비는 피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모든 것이 차가웠다. 이곳엔 따뜻함이 없었다.


어미는 조용히 앉아 고개를 숙였다. 마치 새끼의 온기를 찾으려는 것처럼, 그 자리를 냄새 맡았다. 아무 냄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로지 차의 타이어 자국과 젖은 흙냄새뿐이었다.


어미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녀는 새끼의 냄새가 사라진 자리를 다시 핥기 시작했다. 새끼의 흔적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듯이. 그 작은 희망이 기도처럼 스며들어 있었다. 그녀는 그 자리를 천천히, 천천히 핥았다.


자동차의 불빛이 다시 다가왔다. 빠르고도 무심하게. 빗줄기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도로는 미끄러웠다. 불빛이 어미의 온몸을 덮었다. 그러나 어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고속도로 저 너머를 보고 있었다.


고속도로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로 끝나는지 알 수 없었다. 아마 새끼도 그 끝으로 갔을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믿었다. 그녀는 새끼의 길을 따라가야 했다.


한 순간, 불빛이 커졌다. 빛이 그녀의 전신을 삼켰다.

쿵.

모든 것이 멈췄다.


길 위에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차들은 계속 지나가고 있었고,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아스팔트 위에는 작은 회색의 몸뚱이가 누워 있었다. 바로 옆에는 또 하나의 작은 몸이 누워 있었다.


멀지 않은 곳의 풀숲에서는 새들이 울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아무 일도 없는 듯이, 그저 아침을 맞이하는 소리로 울었다.


하늘은 어두웠고, 도로 위에는 붉은색의 불빛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멀리서 달려오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다시 한번 길 위를 비추었다. 그 빛이 두 개의 몸뚱이를 비췄다. 새끼와 어미.


빗물이 그들의 몸 위로 흘러내렸다. 물방울이 회색 털을 타고 내려와 고속도로의 배수로로 스며들었다. 빗물은 그 어떤 것도 남기지 않고 흘러갔다. 그 어떤 흔적도 지우는 법이었다.


어미의 눈은 감겨 있었다.


고속도로의 끝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그녀는 끝내 알지 못했다.

세상에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고속도로 위의 두 몸뚱이 위로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가 차갑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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