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사장 위에 세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매일 새벽, 고요한 어둠 속에서 일어나 각자의 성을 쌓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날렵한 탑을, 누군가는 단단한 벽을 쌓아 올렸다. 손끝에 닿는 모래의 감촉은 차갑고 무거웠다.
“더 단단히 쌓아야 해. 바람이 온다고.”
누군가의 외침에 사람들은 손을 재촉했다. 그들의 손톱 밑엔 모래가 박혔고, 입술 사이엔 짠 내음이 배어들었다. 모래는 쉽게 흐트러졌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오늘도 모래의 성은 꼭 완성해야 했다. 완성된 성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남기고 다음 날이면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곳의 하루는 늘 같았다. 아침엔 성을 쌓고, 정오엔 바람이 불어 성이 무너졌다. 해가 지면 사람들은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매일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불평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런 말들은 금세 모래바람에 묻혔다. 어떤 이는 말했다.
“언젠가 우리의 성이 무너지지 않을 날이 올 거야.”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다만, 믿는 척할 뿐이었다.
어느 날, 유난히 거센 바람이 불었다. 사람들은 바람을 피해 엎드렸고, 뿌연 모래 속에서 비명을 삼켰다. 그 바람은 전보다 거칠었고, 더 깊게 파고들었다. 그날 저녁,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어깨를 털고, 눈에 들어간 모래를 씻어냈다. 아무도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누군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사람들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들의 시선을 느끼고 입술을 깨물었다. 모래의 내음이 혀끝에 스몄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바람이 걷히고, 그들은 다시 모래성의 자리에 모였다.
“이제 내일이 오면 더 빨리 쌓아야겠군.” 누군가 중얼거렸다.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손끝에 남은 상처들은 자국만 남았을 뿐, 이미 굳어 있었다.
다음 날, 새벽이 오자 모두가 다시 성을 쌓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좀 더 높은 탑을, 누군가는 더 두꺼운 벽을 만들었다. 바람이 불어와 성을 무너뜨릴 때마다 그들은 침묵했다. 모래 속에 파묻힌 얼굴을 들어 올리며 다시 손을 움직였다. 어차피 무너질 성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한 소년이 먼 곳에서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은 발밑의 모래를 집어 손바닥 위에 올렸다. 모래알 하나하나가 반짝였다. 소년은 그 모래를 불어 날려 보냈다. 바람에 흩어지는 모래를 바라보며 그는 작게 웃었다.
"저렇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네."
소년은 뒤돌아 걸어갔다. 발자국이 모래 위에 남았다. 그러나 이내 바람이 불었고, 발자국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