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감사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변화
매일 밤, 아이를 꼭 안고 하루 동안 감사했던 일을 이야기한다. 처음엔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서 “엄마부터 말해~”라던 아이가 이제는 “엄마, 나 먼저 할래!”, “오늘은 감사한 거 말 안 해?”라고 한다.
그리고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종종 나를 놀라게 한다.
“내가 유치원에서 내릴 때, 엄마가 나를 보고 활짝 웃어줘서 감사했어.”
“엄마가 오늘 내가 좋아하는 메추리알 장조림을 해줘서 감사했어.”
“아까 구슬 아이스크림 먹을 때, 엄마가 책 읽어줘서 감사했어.”
감사를 이야기하면 할수록, 감사할 일들이 더 많아지는 날들이다.
우리 집에는 제법 언니가 된 5살 외동아이가 있다. 어릴 적 드라마에서 들었던 ‘무남독녀 외동딸’이 바로 우리 딸이다. 한 살 터울의 오빠와 음식 메뉴, TV채널, 여행지 등등 사사건건 부딪치며 자랐던 나에겐 외동은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지금 내 아이는 그런 어릴 적 내 부러움의 결정체이다.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란 아이는 어느새 우리 집의 작고 단단한 독불장군이 되었고, 원하는 것이 생기면 당연히 손에 들어와야 한다고 여겼다. 그 모습을 보며 ‘기다림’, ‘절제’, 그리고 '감사'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욕구는 점점 커졌고, 소비도 함께 커졌다.
처음엔 소아과 1층 약국에 놓인 작은 비타민 사탕 하나였지만, 곧 스티커북, 장난감, 옷, 신발, 액세서리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그렇게 손에 넣은 물건들을 아이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갖고 싶어서’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 그리고 그 부탁을 쉽게 들어주는 아빠. 그 사이에서 나의 고민은 깊어졌다.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바쁠 땐 아이가 잠들기 전 출근하고, 잠든 뒤에야 퇴근하는 날도 많았다. 분기마다 긴 출장을 떠나는 남편. 그런 아빠에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도 짧고 소중했을 것이다. 그 짧은 순간만큼은 아이에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마음, 싫은 소리 한마디조차 미루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진짜 이 아이를 위한 길일까?'
딸에게 무엇이든 부족함 없이 해주고 싶은 남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나는 아이가 '물건을 소유하는 기쁨'보다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먼저 알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아이가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느끼기를 바랐다. ‘보상’이 아닌 ‘감사’를 배웠으면 했다. '어떻게 아이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나는 '감사일기'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잠자리 감사 인사'가 되었다.
'감사 일기'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오프라 윈프리였다. 꾸준한 감사일기를 통해 삶의 변화를 이끈 그녀의 이야기는 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감사일기를 꾸준히 작성하는 사람은 우울감이 줄고, 행복감과 자존감은 높아지며, 수면의 질도 향상된다고 한다.
마침 유치원에서 보내준 '감사일기장'을 활용해 보려고 했지만, 퇴근 후 씻고, 먹이고, 책 읽고, 재우는 것도 벅찬 나에게 매일 손으로 쓰는 일기는 아이의 잠자는 시간만 늦출 뿐, 아이는 큰 흥미를 갖지 못했다. 나는 쓰는 대신 '대화'를 선택했다. 매일 밤 엄마가 팔 베개를 해 줘야 잠이 드는 아이를 꼭 안고,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한 일을 나눈다. 종종 유치원에서 엄마 생각이 나 눈물이 났다고 말하는 아이는 엄마 품속에서 행복하게 하루를 회상했다. 처음엔 무엇에 감사해야 하는지 어리둥절했던 아이도 이제는 그 시간을 기다린다.
"엄마, 오늘은 감사한 거 말 안 해?"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아이의 말은, 나의 가슴을 후벼 판다.
"엄마가 활짝 웃어줘서 감사했어."
"내가 좋아하는 반찬 해줘서 고마웠어."
"책 읽어줘서 정말 좋았어."
서로의 웃음만으로도 느끼는 행복,
감사를 이야기하면 할수록, 감사할 일이 더 많아지는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