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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Savinna Feb 25. 2024

아니 왜 시켰어!

어른들을 위한 GEN-Z Guidebook

안녕하세요 곽수현입니다.


지난 글에서, 청소년들과 약속 잡기를 했지요.


그럼 성인이 된 청년들은 시간적으로 그 사정이 나아지느냐? 땡 자기계발과 유흥 그리고 알바를 하기 때문에 더 바쁩니다. 하긴 할 일 명확히 없어도 분주하고 분망 해서 늘 바쁜 것이 청년의 특징 아니었던가요? 전 그때 너무 약속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청년들의 경우, 밤늦게 약속을 잡으면 그나마 만나기 쉽습니다. 그리고 정 안되면 zoom으로 만나 소통합니다. 코로나가 우리의 만남 채널을 확 바꾸기도 했네요. 이 세대들은 디지털로 만나도 그 내용과 문맥이 크게 요동치진 않으니까요.


이도저도 안되면


그래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가 올 한 해 한 번만 만나는 걸로도 만족하자


합니다. 그들의 삶의 things to do를 들어보면, 어디로 파고 들어가야 할지 모를 정도로 일정이!꽉 차 있습니다. 마음이 없어서 그러는 거 아닌가? 뭐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정신없이 몸만 왔다가는 만남은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그 친구들도 그래요. 바빠 죽겠는데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제게 무리하면서 굳이 시간을 낼 필요가 서로 없지요.


하지만 우리는, 딱 한 시간을 앉아 있어도 즐겁고, 재미나는 그 맛을 알기에 소중한 시간을 맞추어 찾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뭔가 미묘하게 복잡하지요? 흠흠.


자 그럼 이제, 날짜가 나왔습니다.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요? 떡볶이 집? 짜장면 집? 돈까쓰 집? 피자집? 땡땡땡땡... 요즘 애들 잘 먹고 다닙니다. 몸 관리 하는 친구들에게는 위의 것들은 다 안 좋은(?) 음식이라 가면 안 됩니다. 한우 정도 사주는 것 아니면 고기 사줬다고 말을 하기도 뭐 합니다. 여하튼 잘들 먹고 다니니까요.


해서 모두가 무난하게 가면 좋은 것이 인스타 하기 좋은, 디저트 카페를 고릅니다. 요즘 2000년대 감성 카페랄까, 아날로그 감성 카페 등이 있으면 저 옛날도 생각나고요.


네가 만날 장소 골라봐!

모르겠는데요.

여자 친구 생기면 데이트 가고 싶은 카페 검색해 보지.


라고도 합니다.


남학생들만 만나도 케이크랑 예쁜 음료 나오는 곳을 고릅니다. 이 참에 두루두루 다양한 분위기를 경험하면 좋을 것 같아서예요. 하지만 남학생들이라도 케이크나 이쁜 분위기 좋아하는 청년들은 인스타로 검색 쭉 해서 링크 보내줍니다. (자기가 가고 싶었는데) 미쳐 못 갔던 곳을 고르느라 신나 합니다.


제가 만나면 무조건 마구 먹이거든요. 여전히 마땅한 곳이 없다면 모두가 좋아하는 스타벅스 갑니다. 좋아하면 가주면 됩니다. 좋아하는 거 사주는 게 낫죠.


어디야? 왔니?

도착했습니다.

그래 그럼 주문하는 데서 만날까? 주문하고 같이 올라가자!

네 그럼 자리 잡아 두겠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났으니 입구에서 방가방가 하며 수선스럽게 인사를 합니다. 줄을 서서 주문을 합니다.


먹고 싶은 거 다 시키시오.

아닙니다. 별로 배 안 고픕니다.

야, 너, 시끄럽고 1 음료 1 디저트다.

아아... 네에...

정말 먹기 싫으면 싸갈 거 라도 사자! 그냥 내 마음!

네엡~


그리고 결제하고 기다리는 와중에도 이런저런 이야기합니다.


넌 올해 어땠니, 요즘 게임은 뭐 하니, 고민은 있니, 행복은 하니, 누구랑 친하게 지내니, 그래 맞다 그 친구는 머 하고 사니? 아직도 둘이 사귀니? 아이고 그럴 줄 알았다 깨질 것 같더라.. 등등


음식이 나오고 조심스레 트레이를 받아 이동합니다. 자리 맡아 두었다고 하는 곳에 가보니, 마시다 만 음료 잔이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어머나 여기 다른 사람이 와서 앉았나 보다!

아닙니다. 이거 제가 시킨 거예요.

엥?!?!

너 여기 한참 전에 왔었니?

아니요 온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아니 왜 시켰어?

아니 왜 시킨 걸까요. 제가 늦은 것도 아니고, 제가 사줄 줄 몰랐을까요?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정말로 이해가 안 되쟈나요. 아오, 어른을 만나는 약속이면 당연히 어른이 뭘 사주는 게 아니었나요?


제 그 나이 때, 친구들이랑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은사님도 찾아뵙고 했었는데요. 맛난 거 사주시겠지? 이런 심정으로요. 그리고 그 참에 뭔가 비싸서 못 시켰던 거 사달라고 응석도 피우고요. 내가 번 돈으로 사 먹으려면 아깝던 메뉴들, 그 화려하고 값나가는 음식을 어른이 사주면 그걸 경험하고 친구들과 얘기하고 그러잖아요...


이 친구들은 왜, 자기가 먹을 음료와 음식을 자기 돈으로 시키는 걸까요?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 주변에서 청년들과 일을 하는 어른들이 왕왕 다음과 같은 불평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아니, 자식 같고 청년이 돈이 있겠나 싶어서 밥 한 끼 사주려고 미팅 후 식사 같이 할 일정을 잡으면, 미팅만 하고 밥은 안 먹겠다고 가는 거야. 이거 참, 나 무시하나 싶고, 밥 먹으면서 일 얘기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너무 황당한 거 있지."  


라든가


"요즘 애들은 밥을 안 먹어? 왜 같이 안 나가고 혼자 먹겠다는 거야?"


등의 이야기는 이젠 너무 흔하네요.


요즘 한창 논쟁이 많은 카페 1인 1메뉴 관련 여러 기사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는데 참고가 될 것도 같습니다. 해서, gen-Z 전문 미디어인 NEWNEEK(뉴닉)의 '띵동! ‘카페 이용 제한’ 피자가 도착했습니다!' (2023/09/07) 기사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s://www.newneek.co/post/jhmv9z/)


<출처>  뉴닉,  띵동! ‘카페 이용 제한’ 피자가 도착했습니다


왜 그러는지 알 것도 같고 알지 못할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더 깊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세상은,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친구들을 만나 좋은 시간을 가지고 싶은 거니까, 그렇게 하면 됩니다. 친구들이 이미 결제를 해서 못 사준다면 저는 쿠폰을 사서 줍니다.


이거 너만 먹어, 나눠 먹지 말고 너 혼자만!

앗 네~

이거 먹을 때 누구 생각하면서 먹을래?

앗 샘이요.


뭐 이렇게 싱거운 이야기를 하며 사주면 됩니다. 맞춰가는 것, 그게 우리 청소년과 청년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말로 맛난 것을 사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만나기 전에 반드시


"이 번에 샘이 맛난 것 사줄 거니까, 주문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같이 주문하자. "


이렇게 먼저 말을 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청소년과 청년을 좋아하는 사비나가 붓 가는 대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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