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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 Soom Apr 12. 2022

떳떳한 기쁨

어느 밤, 당신과 나눈 대화


(어느 밤 주와 나눈 기도 내용의 일부)






오늘 밤 떠오른 것과 같은 질문을 할 때마다

저는 10년 전 그날이 생각납니다.


주님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죠?


- 네가 기쁘면, 나도 기쁘다.


저는요,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이 나요.

그날 당신의 빛이 여전히 또렷합니다.






네가 기쁘면, 나도 기쁘다...

그러시니, 10년 동안 약아진 저는

이제 기쁨에 대해 고민하게 돼요.


기쁨이라는 건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신께서 기뻐하실 기쁨은 무엇인가요?


나의 기쁨 자체를 기뻐하신다니

그렇다면 나는 정말 떳떳하고 기쁘게 살고 있는 건지

내 마음이 정말 그런 마음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물어보았어요.


- 주님,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마음도 

주님께 기쁨이 됩니까?






주님께서 제게 다시 물으셨죠,


- 너에게는 기쁨이니?


저는 잠시 고민했어요.

정말 기쁨인가, 어떤 감정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잖아요.

마음을 헤아렸어요. 느낀 대로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 기쁨보다는 슬픔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이 기쁨이 될 수 있을까, 싶어요.






주님 다시 말씀하셨죠...


- 그렇다면 나에게도 슬픔이란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외로움이란다. 고독이란다. 아픔이란다. 


무언가를 마음에 둔다는 건 그런 거란다. 

기쁨이기도 슬픔이기도 고독이기도 외로움이기도 아픔이기도 하단다. 


나는 너를 그렇게 사랑한단다. 


너의 삶 전체로 나를 말하고 있단다. 

너는 내 안에 있고, 나는 네 안에 있단다. 

그러니 삶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더 깊게 경험하렴. 


네 마음이 비극이 되더라도 비극이 아닌 것은

그 마음을 통해 너와 내가 서로를 더 깊게 알게 되기 때문이란다. 



아, 주님

나를 투명하게 비추시는 분

당신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다시 저를 부르셨어요.






- OO아, 

난 네가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가길 원해.

그러나 넌 너를 너무 불행한 마음에 두곤 하지.


길을 잃은 것 같니?



아이처럼 속절없이 눈물이 났어요.


- 네, 주님. 더 울게 될까 봐... 

마음이 많이 아플까 봐 무서워요.



당신은 제게 아주 천천히 낮게 부는 바람처럼

말씀하셨어요.



- 하지만 네가 기쁨이라 믿어줄 수 있다면, 


어떤 것도 섞지 않고 

순수하게 기쁨이라 믿는다면, 


기쁨이 된단다. 


떳떳한 기쁨이.






아, 저는 오늘 당신 안에서 기쁨에 대하여 작게 깨닫습니다.

벌거벗은 마음으로

저는 슬픔 역시 기쁨으로 믿어 버립니다.

그러자, 기쁨이 차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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