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밤, 당신과 나눈 대화
(어느 밤 주와 나눈 기도 내용의 일부)
오늘 밤 떠오른 것과 같은 질문을 할 때마다
저는 10년 전 그날이 생각납니다.
주님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죠?
- 네가 기쁘면, 나도 기쁘다.
저는요,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이 나요.
그날 당신의 빛이 여전히 또렷합니다.
네가 기쁘면, 나도 기쁘다...
그러시니, 10년 동안 약아진 저는
이제 기쁨에 대해 고민하게 돼요.
기쁨이라는 건 자칫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신께서 기뻐하실 기쁨은 무엇인가요?
나의 기쁨 자체를 기뻐하신다니
그렇다면 나는 정말 떳떳하고 기쁘게 살고 있는 건지
내 마음이 정말 그런 마음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물어보았어요.
- 주님,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이 마음도
주님께 기쁨이 됩니까?
주님께서 제게 다시 물으셨죠,
- 너에게는 기쁨이니?
저는 잠시 고민했어요.
정말 기쁨인가, 어떤 감정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잖아요.
마음을 헤아렸어요. 느낀 대로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 기쁨보다는 슬픔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이 기쁨이 될 수 있을까, 싶어요.
주님 다시 말씀하셨죠...
- 그렇다면 나에게도 슬픔이란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외로움이란다. 고독이란다. 아픔이란다.
무언가를 마음에 둔다는 건 그런 거란다.
기쁨이기도 슬픔이기도 고독이기도 외로움이기도 아픔이기도 하단다.
나는 너를 그렇게 사랑한단다.
너의 삶 전체로 나를 말하고 있단다.
너는 내 안에 있고, 나는 네 안에 있단다.
그러니 삶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더 깊게 경험하렴.
네 마음이 비극이 되더라도 비극이 아닌 것은
그 마음을 통해 너와 내가 서로를 더 깊게 알게 되기 때문이란다.
아, 주님
나를 투명하게 비추시는 분
당신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다시 저를 부르셨어요.
- OO아,
난 네가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가길 원해.
그러나 넌 너를 너무 불행한 마음에 두곤 하지.
길을 잃은 것 같니?
아이처럼 속절없이 눈물이 났어요.
- 네, 주님. 더 울게 될까 봐...
마음이 많이 아플까 봐 무서워요.
당신은 제게 아주 천천히 낮게 부는 바람처럼
말씀하셨어요.
- 하지만 네가 기쁨이라 믿어줄 수 있다면,
어떤 것도 섞지 않고
순수하게 기쁨이라 믿는다면,
기쁨이 된단다.
떳떳한 기쁨이.
아, 저는 오늘 당신 안에서 기쁨에 대하여 작게 깨닫습니다.
벌거벗은 마음으로
저는 슬픔 역시 기쁨으로 믿어 버립니다.
그러자, 기쁨이 차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