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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 Soom Apr 18. 2022

찌질한 노래

찌질할 용기와 글쓰기


나는 아주 자주 음악을 듣는다. 주로 가사가 있는 노래를 듣는데, 명확히 이해하긴 힘들지만 함축적인 가사여서 해석의 여지가 많은 노래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좋아하고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노래는 찌질한 노래다. 가사가 찌질한 노래.


생활내 나고 찌질한 노래를 듣다 보면 나에게도 있는 감추고 싶은 찌질한 구석들이 공감이 되기 때문인 걸까? 그도 그렇지만 한없이 찌질하게 써진 노래에서 나는 용기를 느낀다. 어떻게 이렇게 솔직할 수 있지? 보통 용감하지 않고선 어려울 텐데. 싶다. 아마도 예술의 형태를 빌리기에 더 자유롭고 솔직할 수 있는 거겠지. 또, 자기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수도.


이곳에 꾸준히 글을 쓰기 시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뭐 글이야 언제든 쓸 수 있는 게 아니겠냐 물을 수 있겠지만 그게 그리 쉽진 않았다. 자신이 없었다. 내가 뭐라도 되고 어느 정도는 되어야 쓸 수 있는 게 글이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해왔었나 보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그냥 나라는 사람 자체로 충분히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나 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깨닫고 배웠다. 무엇이든 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존중감.


그러나 역시, 글을 쓰게 되면서는 여기서 내가 얼마만큼 솔직하게 고백할 수 있고, 찌질하게 굴 수 있는지 매번 그 한계에 부딪히는 것을 느낀다. 뭐 꼭 글에다가 쓸데없을 만큼 모든 걸 털어놓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떨 때는 적절히 가릴 줄 아는 것도 아름다울 수 있지만... 나에게 글을 쓴다 함은, 나의 일부를 덜어놓는 일이어서 더없이 솔직하고 싶었다.


찌질할만큼 솔직한 노래에 끌리는 것도 어쩌면 충분히 그러하지 못하는 내가, 그래서 자유에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저만큼이나 솔직하고 자유롭고 싶다. 나도 나를 충분히 보여주고 싶다. 내가 얼마만큼 얼간이고, 못된 생각이나 쓸모없는 걱정을 해대는지... 얼마만큼 찌질한 인간인지를... 적어도 글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게 말하고 싶다. 나를 정말로 글 속에 덜어내고 싶다. 


결국 내가 글을 계속 쓰고 싶은 것은 타인에게 직접적으로는 다 보여줄 수 없는 모습들이 많기 때문일지 모른다. 아니면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져서 구멍이 하나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이거나 저거나, 나는 글을 쓰면서 자유롭고 싶었고 쓰면서도 충분히 자유롭지 못한 나를 볼 때마다 갑갑함이 느껴졌다. 나는 나를 더 믿을 필요가 있는 걸까.


찌질하고 싶다. 더없이 솔직하게 찌질하고 싶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비누 - 비비(BIBI)


https://youtu.be/3z9sq9e5iu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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