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 Soom Jun 04. 2022

여름의 마음

항상 뜨겁고 무거워 치우친 마음


너무 뜨거운 것은 그 자국이 깊게 남는 만큼 강렬하고 위협적이다.

강렬함과 위험함 그 사이 어디쯤을 서성거리게 될 여름이 목전이다.

뜨거워서 아찔하고 그래서 몽롱해지는 계절을 기다리며 마음이 녹아내릴 준비를 한다.

아니, 준비하지 않아도 여름 안에서 마음은 녹아내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하지 않는 법을 나는 여전히 모른다.


숨이 턱 막힐 만큼 덥지 않을 방법을,

온몸이 끈적해지지 않도록 산뜻해질 방법을,

그늘을 빌리지 않아도 될 만큼 선량해질 방법을,

나는 여전히, 도무지 모르겠다.


너무 뜨거워서 기어이 자국이 깊게 남아버리지 않곤 못 베기는


그런 계절이 여름이고, 마음이 아직도 젊어서 그 계절과 닮아 있나 보다.

나는 여전히 속수무책으로 그런 사람인 것을 어찌할 수가 없다.


내 마음은 항상 여름이다.




마음이 지나치게 무거운 것도 오만이다.

나는 결코 그 모든 것을 품을 수도, 안을 수도 없는 겨우 인간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가벼워지는 법을 익히지 못한 나는

오만한 마음의 주인이다.


여름의 마음으로 사는 것은  모든 것의 색을 선명하게 비추는 과 같다.

모든 것이 그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제 색을 발할 때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다. 감당이 안된다.

그렇게 마음은 또 무거워지고 뜨거워지고

습도가 높아 짜증이 솟구치는 어느 한낮의 기분처럼 감당이 안된다.


다 너무 아름다워서,

다 너무 그럴 수밖에 없어서,

다 너무 나이고, 너여서...


이렇게 내가 오만하고도 서툰 사람임을 고백한다.

그렇지만 꼭 다음 계절이 와야만 하는 걸까.

조금만 더 여름에 머무르면 안 될까.

여전히 아직도 내가 어리석어 이런 것이라면

그냥 이대로 바보로 살아가면 어떨까.




그러므로 나는 치우칠 것이다.

적당하고 똑똑한 마음을 가지기보다

넘치거나 부족하여 또렷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이런 바람이 여름의 마음과 닮아있다면

나는 바보 같아도 너무 뜨거워서 강렬하고 그만큼 위험한


여름에 살겠다.


속수무책 녹아내릴 게 뻔하다.

이 무력감은 나를 살게도 하고 울게도 한다.


여름의 목전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전 07화 내가 좋아했던 너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