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이룰 수 없는 소망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런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다는 것은 어쩌면 허상일지도 모른다. 조건 없이 그대로 사랑받는다고 느껴지는 일부의 순간들만이 존재할 뿐.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기에,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사랑을 잘 주고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 사랑을 바라는 건 이기적인 마음이 될 때가 많다. 자신의 의도가 그렇지 않다 해도.
이걸 머리로는 잘 알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선 수긍이 잘 안 됐던 터일까. 몇 년 전 이 브런치를 만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의 나는 사랑받고 싶은 외로운 사람이었다. 그 마음이 글을 쓰게 했고, 꾸준히 뭔갈 써서 올렸다. 그때 나는 쓸 마음이 너무 많았다. 있는 그대로 사랑받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되어서 느끼는 외로움과 그래서 배우게 된 것들을 쏟아내듯 적었다. 외로워서, 힘들어서, 마음에 생기는 빈틈들 때문에 글을 썼다는 게 좀 안쓰럽거나 후져 보일진 모르겠지만 그 역시도 내 모습에 일부이기에 그 기록들을 여전히 남겨두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간 지금 다시 쓴다.
난 이제 머리론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 깊은 곳엔 여전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을 품은 채 살아간다.
그 바람이 애처롭게도 나 스스로를 얼마나 갉아먹었나. 사랑받지 못할 거란 두려움은 마음 아주 깊은 곳에서 나를 조종하고 시험했다. 그 결과, 나는 거절도 잘 못하고 싫은 소리 잘 못하고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고, 그러지 못한 것 같은 날엔 지나치게 괴로워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인지(사랑받고 있는지) 확인이 되어야만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병이 나고야 말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종류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일의 특성상 누군가에게 탁월하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만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타인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한 것 같을 때 나는 끔찍하게 괴로웠다. 사실은 일을 하는 도중엔 내가 그렇게나 괴로운 줄을 몰랐다. 의연하게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의연해 보여야만 하는 사회적 자아로 만들어낸 모습이었을 뿐, 진짜 나의 속은 괴로워서 견딜 줄을 몰라하고 평가 앞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걸 나중에야 알았다. 어느 순간, 사람들 틈에서 나 스스로가 제어가 잘 안 되고 있다는 걸 발견했을 때.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놀랍지는 않았다. 진단을 받으러 병원에 가기까지 나는 망설임이 많았다. 한때 정신건강과 관련된 공부를 진로 삼았었기에, 진단을 받는다는 것의 무게와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진단명을 받는다는 건 때론 꼬리표가 되기도 때론 고통을 덜어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내가 만일 병원에 간다면 이런 진단을 받겠거니 추측했던 나로서, 나에게 의사 입을 통해 듣는 진단이 어떤 의미가 될까... 상상이 잘 안 됐다. 분명 병원을 예약할 때까지만 해도 이제는 진단을 받고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절실히 괴로웠는데. 막상 진단을 받고 나니 내가 그렇게나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눈물이 났다. 아 그래, 내가 아팠구나. 아프구나. 넘어지듯 인정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어린아이보다 더 어린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고 싶다.
영원히 이룰 수 없는 소망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그 소망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뎌보려 한다.
지금 이 욕망 자체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맞다, 나는 어린아이보다 더 어린 마음으로, 그대로 사랑받고 싶다. 그래서 힘들고 괴롭다. 그러니 이제부터 모든 관계 속에서 나의 선택 이면에 이 욕망이 얼마만큼 나를 작동시키고 있는지를 발견해 낼 것이다. 이 발견으로부터 나는 나의 불쌍한 이 욕망을 잘 달래고 돌봐주고 싶다. 그건 오직 나만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치료다. 나의 욕망을 솔직하게 대면하는 일. 내 마음을 인정하는 일.
그러고 나면 언젠간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안아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닿을 수 없는 소망의 끝자락을 만져볼 수는 있지 않을까.
난 또 이렇게 꿈을 꾼다. 살기 위해.
모닥불 - 최유리
https://www.youtube.com/watch?v=1WWro1__UZM&list=RDozH7CfnAsWY&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