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공항 입국 심사 받
비행기에서 내리자 낯선 향기와 풍경이 우리를 맞이했다. 아이는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해방되니 긴장이 풀렸는지 화장실부터 찾았다. 화장실에서 다녀온 사이 다른 도착 비행기의 승객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입국장으로 가는 복도는 순식간에 복잡 해졌다.
우리나라는 전자여권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정 조건만 만족하면 기본적으로 기계에서 자동 입국심사를 빠르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정조건이 “만 16세 이상”인 것이 문제였다. 우리는 길게 늘어서 있는 대면 입국심사 줄을 섰다. 줄지 않는 긴 줄에 서있으니 자동적으로 자동 입국 심사 후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부러운 눈으로 처다 볼 수밖에 없었다.
“전자 여권은 자동 심사라인으로 통과가 가능합니다.”
“10세 아이와 동행인데 가능할까요?”
“미안해! 어린이와 동행은 대면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해!”
전자여권을 들고 있는 나를 보고 공항직원이 자동심사를 안내해 줬지만 아이와 동행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아는 얘기만 반복하고 떠나갔다.
그런데 업무처리가 얼마나 느린지 30분이 지나도 줄이 한참 남았다. 공항에서도 긴 줄이 이어지자 3~4개 게이트를 추가로 열었다. 이제 곧 나가겠지라는 희망을 갖자마자 새로 들어오는 입국자로 줄을 세우는 것이 아닌가!
‘젠장, 먼저 온 사람을 먼저 나갈 수 있도록 해줘야지!’
‘일처리가 왜 이 모양이야!’
속으로 불만은 삭히면서 1시간을 꼬박 채운 끝에 간단한 입국 심사를 받고 통과할 수 있었다. 함께 비행기를 탄 모든 승객은 나갔는지 수화물 컨베이어 벨트에는 우리 짐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아빠, 우리 짐만 있네. 다른 사람들은 다 나갔나 봐!”
“호주 입국 기념으로 화장실을 써서 그렇지~”
“세관 신고만 하면 되니 빨리 하고 우리도 나가자.”
한국에서 가져온 비상 약품과 식료품을 세관신고서에 작성했기에 사전 학습을 통해 문제가 있는 반입 금지 물품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시험장에 가면 떨리는 것처럼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세관 심사를 위한 줄을 서니 직원이 다가와서 몇 가지를 물어본다.
“신고할 물품이 있나요?”
“상비약, 가공식품으로 포장된 해산물이 있어”
“그 외 다른 물품은 없어?”
“한국 소스 및 즉석식품이 있는데 다 가공식품이야.”
“육류 및 곡물은 없다는 말이지?”
“그래 없어.”
“이 줄을 따라가면 돼.”
안내받은 줄을 따라가다 보니 옆에서 세관원들이 캐리어를 열고 검사를 하고 있었고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줄의 끝에서 만난 직원에게 세관신고서를 주고 상비약이 있다는 얘기만 한 후 거의 걷는 수준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선불 유심은 숙소 근처 마트에서 구매 예정이었기에 아이용 오팔카드만 구입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숙소로 이동했다.
입국장을 빠져나오며 어느 곳이든 복불복은 있다는 것과 미리 고민했던 대부분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면서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가 있는 시드니에서의 첫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