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던 출국날, 저녁 비행기라 여행의 설렘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여유 있게 출발했으나 아이가 교통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아 집에 돌아가 교통 카드를 챙겨 왔다. 우리 아이가 유달리 잔 실수가 많다는 것을 잊고 있었는데 타국에서 그 아이를 타국에서 혼자 돌봐야 한다는 걱정이 갑자기 몰려왔다. 잘할 수 있겠지?
다행히 버스와 공항철도로 이동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서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화물을 부치고 아이와 출국 심사대로 이동을 했다. 출발 전부터 액체류를 반입이 안된다고 아이에게 얘기도 해주고 물품도 계속 확인했기에 별문제 없이 출국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문구용 가위가 아이의 휴대 가방에서 나왔다. 학용품이라 아이는 별생각 없이 필통에 넣었는데 내가 확인을 못했던 거다. 아이가 당황했으나 문구용 가위라 큰 문제없이 물품을 버리는 선에서 해결되었다.
입국장에서 AirBnB 호스트에게 줄 선물을 구매하고 출발을 기다리는데 항공기 지연 안내가 나왔다. 한 시간 그리고 또 한 시간, 계속되는 기다림에 아이의 인내심이 바닥날 때쯤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탑승하자마자 아이의 배꼽시계가 울리기 시작했다. 준비한 먹거리를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먹었는데도 아이는 부족했는지 계속 먹을 것을 찾았다. 앞에 외국인 할아버지가 승무원에게 얘기해서 쿠키를 받는 것을 보고 승무원에게 찾아가 간식거리 얘기를 했으나 기내식 준비 중이라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그 외국인보다 내가 먼저 말했으면 달라졌을까?’
기내식을 먹자 아이는 피곤했는지 해리포터를 조금 보다가 바로 잠이 들어서 무리 없는 평온한 여정을 할 수 있었다. 아침을 깨우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잠을 깨고 기내 제공 영화를 조금 보며 두 번째 기내식을 먹고 나니 어느덧 시드니 상공에 있었다. 비행기 창으로 바라본 시드니 하늘은 정말 맑고 깨끗했다. '우리나라 하늘도 저렇게 깨끗했던가?' 잠깐 부러워하는 사이 비행기는 착륙을 위해 하강을 하고 있었다.
하루 사이 한국에서 호주로 물리적으로 이동을 했고 여행 시작부터 많은 일들이 있었다.
동행이 아이라는 사실을 잊어갈 때쯤 아이는 스스로 본인을 증명이라도 하듯 생각지 못한 문제를 만들어냈다. 마치 신경 쓰지 않으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처럼.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일들이 일어날지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속에 우리의 여행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