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한 비움의 미학
출국 몇 주 전부터 짐을 싸기 위해 현지 날씨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혼자 가는 여행이었으면 단출하게 짐을 꾸렸겠지만 아이가 있다 보니 신경 쓸 것이 많았고 그중 날씨에 따른 옷을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상기온으로 호주의 기온은 예년과 달랐고 현지에서 여행하는 사람들의 춥다는 댓글과 많은 옷을 가져가려는 아이의 요구가 겹쳐져 혼자 짐을 나르기가 어려운 상황에 다 달았다.
“짐이 많아서 케리어를 다 들 수가 없겠는데?”
“20인치 캐리어는 내가 끌 수 있어.”
“그래도 24인치 캐리어 2개에 배낭까지 짐이 좀 많은 것 같다.”
“짐을 조금 줄일 수 없을까? 그래도 먹는 것보다는 옷가지를 줄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럼 내 옷 몇 가지 뺄게.”
"그 정도로는 안되는데 최소한 백팩에 들어가는 양만큼은 줄여야 해."
한두 차례 짐을 줄이는 시도를 통해 24인치 캐리어 2개와 20인치 캐리어 한 개로 짐을 꾸렸다. 아래 표와 같은 물품을 가지고 갔지만 가져간 짐의 30%는 호주에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업무 목적으로 회사로 해외에서 엔지니어가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 그중 일부 방문자 분들이 작은 선물, 예컨대 일본에서 오시는 분들은 해당 지역의 빵이나 쿠키 같은 먹거리를 가지고 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업무로 만나는 분들이라 작은 선물이 비즈니스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이번에 처음 AirBnB를 이용하면서 호스트에게 작은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 한국적인 선물을 찾으려고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적인 것이 별로 없을뿐더러 있더라도 “main in china”로 한국 적인 것인지 중국 것인지 판단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박물관에서 판매하는 기념품 중에 전통 지갑 및 손수건 등 맘에 드는 물품이 있어서 인천공항에서 면세점 내 상점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출국 당일 인터넷으로 봤던 상품이 없어서 결국 다른 아이템으로 변경해서 구매를 했지만 내가 느꼈던 그 느낌처럼 외국인에게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물로 준비했다.
참고로, 외국인 선물용 전통 상품을 찾는 분들이 있다면 국립박물관 굿즈 상품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