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레고를 사주게 되었다. 인터넷 쇼핑에 능한 아이는 내일 아침 7시 전 배송을 보장하는 제품으로 골랐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자면서도 부스럭부스럭 아이가 내 휴대폰을 확인하는 소리를 몇 차례 들었다. 배송기사님이 배송을 완료하면 내 주문목록에 배송완료로 뜨는 것을 아는 것이다. 배송완료가 되었나 안되었나를 확인하기를 몇 차례. 마침내 아이가 후다닥 현관문으로 달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몇 시인지는 몰라도 배송이 완료되었나 보다 하고 나는 계속 잤다.
일어날 시간이 되어 일어나 보니 벌써 다 조립했다며 만족스러운 얼굴로 조립된 비행기를 들어 보인다.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났니?" 물으며 배송완료 시간을 보니 새벽 4시다. 아이쿠야 너 학교 가서 졸면 어쩌려고.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아침을 차려준다. 아이는 벌써 피곤하다며 엄살이지만 얼굴은 매우 만족스럽다. 원하는 레고를 주문 몇 시간 만에 손에 넣고 조립까지 마쳤으니 만족스러울 만도 하지.
유난스러운 아이의 레고 조립이야기를 남편과 나누며 나는 우리 아이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해낼 아이일 것 같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아직 마음을 안 먹어서 그렇지, 혹은 평생 안 먹을 수도 있어서 그렇지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 먹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아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아이의 새벽 레고 조립사건을 아이 친구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엄마 전혀 뜻밖의 이야기를 한다.
"우와, oo 이는 정말 갖고 싶은 건 못 참는구나!"
"으응?"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나는 당황하여 어떠한 대꾸도 못했다.
나는 우리 아이가 마음만 먹으면 잠도 안 자가며, 알람 없이도 일어나서 하고 싶은 걸 해내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못 참는 아이라니. 우리 아이를 부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상대의 대답에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같은 아이, 같은 사건을 보는 시각이 이렇게도 다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아이로 바라보는 게 나라서 다행인 건가.
반대의 경우로, 다른 사람은 뭐든지 해낼 수 있는 아이로 보는데 엄마가 참을성이 없는 아이로 보는 경우는 부모와 아이에게 서로 비극이겠다 싶었다.
엄마가 알아봐 줄게. 너의 장점 ♡
이미지 출처_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