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나폴레옹
성북동 맛집을 소개합니다.
언젠가 한번 이 주제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드디어 오늘입니다. 제가 빵이 먹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4호선 한성대입구역 5번과 6번 출구로 나오면 이어지는 성북로를 따라 제가 소개하고 싶은 맛집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당연히 나폴레옹제과점입니다.
답사를 안 하고도 충분히 쓸 수 있지만 그래도 나폴레옹 빵 하나는 입에 물고 써줘야 제대로 기분이 날거라 합리화하며 나폴레옹을 향해 갑니다. 길 건너편까지 빵 냄새가 납니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더니 발걸음이 바빠집니다.
오전 11시쯤 방문했는데, 이때쯤이 가장 빵이 종류가 많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너무 일찍 가면 아직 안 나온 빵들이 있고, 오후 3시가 넘어가면 텅텅 비어있는 매대를 보고 놀랄 수 있으니 점심시간 전후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평소라면 끌리는 대로 담았겠지만 오늘은 나폴레옹의 대표빵은 뭘까 생각하며 둘러보았습니다.
그런 저의 고민을 알기라도 하듯 벽에 이런 게 있더라구요.
저기 있는 20가지의 빵 중 제가 먹어 본 것 중 추천해드리고 싶은 빵은
소프트롤, 크림빵, 밀크식빵, 사라다빵입니다.
소프트롤은 저희 집 어린이들이 아기일 때 처음 먹는 빵으로 주던 빵이에요. 큰아이는 아직도 그 빵을 참 좋아라 합니다. 큰아이가 나폴레옹 앞을 지날 때마다 하는 이야기인데, 동생이 아기 때 처음으로 '빵'이라는 말을 한 게 나폴레옹 앞을 지날 때였다고 하니 제가 아기들 데리고 참으로 많이 갔었나 봅니다.
저기엔 안 나왔지만 소프트롤의 단짝친구 초코칩모닝빵도 정말 맛있고, 크림빵의 단짝친구 생크림빵은 저와 저희 집 둘째의 원픽입니다. 아, 크림빵은 노오란 빛깔이 영롱한 슈크림빵입니다. 밀크식빵은 나폴레옹 빵맛의 가장 기본을 느낄 수 있어요. 빵을 잘 모르는 저입니다만, 한입 베어 물면 아, 좋은 재료로 갓 만든 맛있는 빵이다! 하는 느낌이 옵니다. 그리고 사라다빵은 생각하시는 그 맛이 맞긴 하는데 그 어느 빵집의 것보다 촉촉하고 고소하고 아삭하고 맛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2층은 카페였어요. 구매한 빵을 먹을 수 있고 샌드위치나 간단한 샐러드 등도 팔았었는데 이제는 카페는 없어졌어요. 무엇보다 여름에만 판매하는 팥빙수는 정말 정말 맛있었는데! 그 맛을 다시 못 보는 게 굉장히 아쉽습니다. 기저귀 찬 큰 아이 데리고 자주 갔던 2층 카페가 언젠가 다시 오픈해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요즘 보니 베이킹 스튜디오라고 간판이 붙어있더라구요.
아! 이걸 잊을뻔했네요. 나폴레옹 하면 또 케이크가 최고입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저의 지인은 일 년에 한 번 생일에 나폴레옹 케이크를 먹으면 성공한 기분이 든다. 고 말했어요. 케이크는 어떤 종류를 골라도 맛있지만 저희 집 인기 케이크는 '겹겹이 부드러운 생크림'과 '망고생크림'입니다.
그리고 샌드위치나 버거 종류도 맛있어요. (맛없는 게 있긴 한 걸까?) 가격이 사악해서 그렇지 카운터에 올려져 있는 잼도 추천합니다. 저희 큰아이가 아기일 때 한 자리에서 만 원짜리 잼 한 병을 요거트 떠먹듯 다 먹은 적이 있어요. 하하하.
이쯤 되니 나폴레옹에서 돈 받고 글 쓰는 사람 같네요.
나폴레옹 말고도 소개할 빵집이 두어 군데 더 있으니 오해는 마시구요.
그럼 전 밤식빵 뜯으러 이만.
(사진출처_그랬구나 본인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