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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미 Dec 17. 2021

이제 곧 세상으로 나아가는 열아홉, 고3에게

월간제주교육 통권 193호_대입길라집이⑩

이제 곧 세상으로 나아가는 열아홉, 고3에게


11월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졸립苦, 힘들苦, 하기싫苦라서 苦三이라고 하는 高三의 수험생활이 수능과 함께 곧 마무리됩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의 교육과정이 대입으로 매듭지어지는 것을 고3이 되어서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 교육과정의 종점에서 마주하는 수능은 대입의 문턱에서 종종 절대반지와 같은 역할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의 고3은 모든 것의 기준이 수능이 됩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1년 4계절을 살던 학생들은, 고3이 되어서는 수능 전과 후로 나누거나,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 6월 수능 모의평가, 수능과 같이 대입을 위한 시험을 기준으로 계절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고3을 지나온 어른들은 행복이 결코 성적순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가치가 대학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말입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공부란 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공부를 통해 겪는 과정과 시간이 우리는 성장시킨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꼭 시험이어야 하는지, 대학이어야 하는지를 물을 수도 있습니다.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은 "재능은 중요하지 않아요. 재능이 있지만 무너진 사람을 많이 압니다. 재능을 뛰어넘는 온갖 평범한 단어들이 있습니다. 훈련, 애정, 행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인내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말한 '인내'는 그저 견디어내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하는 힘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 마음이 산란한 청소년기에는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경험, 실패를 통한 반성과 성공의 기회가 필요합니다. 시험은 자신을 스스로 확인하고 점검하는 수단이고, 이를 통해 알게 된 자신에게 스스로 대학진학의 선택을 물을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지금은 시험과 대입이 본질을 넘어서 많이 과열된 양상이기는 합니다.


몇 해 전 모 기업의 광고에서 이런 글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제대로 찍길 바랍니다. 정답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이 시스템에서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출발을 하길 바랍니다. 당신이 제대로 붙길 바랍니다. 대학에 붙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제대로 한 판 붙길 바랍니다. 순응이 곧 끝납니다. 이제 세상에 불응할 수 있는 성인이 된 수험생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사실 ㅅ능은 많은 학생의 관심과 흥미, 적성이라는 것이 고르게 반영된 시험이 아닙니다. 시험과 공부라는 교육의 틀 안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응당 고3이 해야 할 의무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수험생의 시간은 더욱 고단한 것 같습니다. 위의 광고도 원하지 않는 방향의 공부와 시험에 지친 학생들에게, 어른이 되어 자주적으로 살아갈 수 있음을 축하하고 응원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고등학생이라는 시간은 끝이 났습니다. 긜고 우리는 또 다른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해진 등학교시간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학교를 떠난 열아홉의 학생들은 이제부터 많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3년간 풀어낸 문제보다 훨씬 어렵고, 공부했던 범위에도 없는 수많은 문제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주변의 조언과 격려가 뒷받침되기도 하지만, 결국 본인의 의지와 판단에 따른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선택에 대한 결과의 보상도 후회도 모두 자신의 몫이 됩니다.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입니다.


수능이라는 시험이 끝났다고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수능이라는 시험의 결과가 내 인생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이제부터가 여러분들의 진짜 인생이 될 것이고, 앞으로의 인생은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가야 합니다. 여러분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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