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보통 Nov 30. 2019

세상에 그런 외국 남자는 없어.

외국 남자 만나면 다 해결해 주고 그럴 것 같죠?! 안 그래요.

라이언 레이놀즈 멋있어!

내가 진짜 어릴 때

그러니까 한 이십 대 초반에 그런 환상을 품은 적이 있다.

자상한 외국인 남자랑 결혼해서 한국을 쉽게 떠나서 외국에서 손쉽게? 사는 꿈을 꿨었다.


물론 그 꿈은 이십 대 중후반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사실 결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어서 

연애에 관한 상상을 아예 안 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만. 


호주에서 살면서 종종 신기한 한국 여자들을 만난다.

그들은 그들의 남자 친구/남편이 외국 사람인 것을 너무나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면서 한국 남자를 아주 잘 만나고 있는 커플에게 한국 남자를 왜 만나는지 모르겠다거나,

또는 나처럼 호주 남자 만나서 영주권을 받아 라고 왜 그렇게 고생을 사서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말한다.


얼마나 자랑할 것이 없는지 그들의 대단한 자랑은 

자신의 남자 친구/남편/파트너가 외국인이라는 것이다. 


내가 꾸물 남편을 만나기 전 싱글이었을 때 간호 공부를 왜 해서 

영주권을 딸 필요 있어?! 나처럼 외국 남자 만나면 되지 -라고 

내 앞에서 당당히 말한 호주 영주권을 가진 영국 남자를 남자 친구로 둔 신기한 한국 여자도 있었다.

외국인 파트너가 남들이 가지지 못한 그들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듯한 그 태도에 질렸다. 


일상의 우연이 겹치고 겹쳐서 운명이 되어

외국인 파트너와 인생을 같이 걸어가기 위해서 

그 나라의 영주권을 얻고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나라에서 떠나서 

외국인 파트너의 나라에서 살기로 어렵게 결정하는 것 또한 각자의 문제이고 좋다고 본다. 


하지만 종종 외국 남자를 만나서 영주권을 따면 모든 것이 다 해결이 된다거나 

외국 남자를 만나면 모든 것이 좋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 못해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진다. 


그대가 그렇게 사랑하는 외국인 파트너는 절대로 내 공부를 대신해주지 않으며 

내 공과금과 내 렌트비를 아무 대가 없이 대신 내주지 않는다.

여느 인간관계처럼 사랑하는 그와 나의 인간관계 안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주고받음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한 나와 처음부터 나고 자란 배경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기에 (특히, 언어조차도) 

같은 배경에서 자란 사람들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배려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가끔씩 그와 나의 다름이 힘든 커플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국 남자 친구가 내 인생을 절대 해결해주지 않으며 

모든 외국 남자 친구/파트너가 다 다정하고 그대를 소중히 여겨주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호주 남자들 중에서도 다정하지 않은 사람은 분명 존재하며  

한국 남자들 중에서도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다정한 외국 남자"를 뺨칠 만큼 

아내/여자 친구에게 다정한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니 외국 남자를 만나면 무조건 다정하고 

나를 무조건 사랑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며 그대가 만나는 사람 나름이다. 

그러니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눈을 크게 뜨는 것이 좋겠다.


무조건 외국 남자를 만나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말고 말이다. 


내 사람이 되었다고 파트너가 그대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대는 오롯이 그대인 채로 살 수 있고

파트너는 파트너 그 사람 인 채로 살 수 있는 관계가 가장 건강하다. 


서로 다른 두 인생이 같이 만나서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걸어가는 관계가 제일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파트너의 모든 것은 그대가 아니다.

그 반대도 그렇다. 

혼동하지 말도록   



Photo by Zac Durant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휴 - 그놈이랑 결혼 안 하길 잘했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