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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Feb 23. 2020

아이에게 사과하는 법.

무릎 꿇고 머리를 땅에 조아릴 기세와 마음가짐으로 사과한다.



나도 엄마이기 전에 사람이기에 애들에게 화를 낸다.

내가 화를 낼 때는 아이가 정말 잘못해서는 별로 없다.

다 내가 힘들어서 내 스트레스를 못 이겨서

가장 가까이에 있고 가장 약자인 아이에게 내는 경우가 많다.


내가 마음이 태평하고 편할 때는 허허허 웃으면 그냥 넘어갈 일도

마음이 날카롭고 예민하면 아이들이 하는 모든 것이

거슬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그런 거슬리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화를 안 내려고 다 치웠다.

아이들이 크는 동안에는

내 육아 체력을 고갈시키는 일들을 내려놓았다.

일을 포함해서 말이다.


난 이렇게까지라도 해서

아이들에게 화를 안 내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래도 화를 내게 되는 날이 있다.

체력이 너무 부치는 날에 그럴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화를 내고 내 화가 풀리면 사과를 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할 때는

아이들 앞에서 무릎 끓고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릴 기세와 마음가짐으로 한다.


엄마가 미안하지만, 그때 네가 그래서...라는

사과 같지 않은 사과는 하지 않는다.


미안해. 엄마가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우리 첫째 속상했겠다.로 시작하는

절절한 사과를 한다.


몇 번이고 용서를 해 줄 때까지 사과를 하겠다는

내 기세와 마음가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 첫째는 날 쉽게 용서해 준다.


속상하지 않았어. 엄마.

괜찮아.라고 해준다.

고맙게도 말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미안해와 고마워만 잘 말하면 쉽게 어그러지지 않는다.

대부분은 그걸 말할 타이밍을 놓쳐서

그리고 그 타이밍이 쌓이고 쌓여서 손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식과 부모라고 손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자식과 부모는 남보다도 못한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그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미안해와 고마워를 말해야 할 때

말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난 미리미리 제대로 사과를 해서

내가 낸 화가 만든 앙금을 아이들에게서 미리 없애려고 한다.

 아이들 마음이 남은 앙금이 없어야

우리 관계가 앞으로도 괜찮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기를 쓰고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종종 아이에게 화를 내고 사과를 할 것 같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릴 기세와 마음가짐을

내가 잊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가 날 언제나 어쨌든 용서를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다행히 이번에도 용서받았다.

다시는 화내지 말자고 굳건히 결심해 본다. 



 

Photo by Nick Fewing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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