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지 말고, 그냥 살고 싶다.
이번에 또 열심히 살뻔했다.
이번에는 내가 무엇을 했냐면 공부를 시작했었다.
애 둘을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대학교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가 없을 수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강의 듣는 동안,
차라리 이 시간에 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심지어 이 공부를 하느니
차라리 이 시간에 간호사로 복귀를 해서 일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만뒀다.
그리고 생각했다.
휴우, 또 열심히 살 뻔했다.
이놈의 열심히 사는 습관은 진짜 고쳐야 할 텐데라고.
내 인생을 돌아보면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고 고생을 하거나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것을 어떻게든 이루어지게 하려고
죽어라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그 덕분에 배운 것도 많지만 내 인생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그렇게 고생을 하고 노력을 했다고 뭘 많이 이룬 것도 아닌 것 같다.
노력 대비 효율이 너무 적은 인생이었던 것 같다.
회사에 다닐 때는 회사를 어떻게든 그만 안 두고 다니려고 삶이 힘들었고
승무원 준비할 때는 그 준비에 목숨을 걸어서 삶이 우울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살게 된 첫 번째 해는
나 스스로 이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서
삶에 아무런 활력이 없었다.
(그 덕분에 안 먹어서 결핵 걸렸었다. 켁!)
내 십 대 때는 다른 사람과 비슷해지려고 날 죽이는 삶이었고
내 이십 대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든 사랑을 받고 싶어서
나를 꾸몄던 그런 삶이었던 것 같다.
십 대 때나 이십 대 때나 내가 없었던 것 같다.
삼십 대 때는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없는 돈 긁어모아 호주에 와서 일하고 공부하고 열심히 살았다.
덕분에 돈 벌어서 학비 내고 영주권도 받고 간호사도 되고
거기다가 남편도 만나서 애도 둘이나 생겼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애를 둘이나 낳고 이제 내 나이가 마흔에 점점 가까워져 오니
그만 열심히 살고 싶다.
앞으로 안 되는 것을 되게 하고
가질 수 없는 것을 갖으려고 스트레스받으면
왠지 암 걸리고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섭다.
앞으로 곧 마흔이 되는데 40년 동안 열심히 살았으니까
남은 삶은 그냥 좀 살고 싶다.
앞으로 내 인생의 어떤 문이 닫히고 어떤 문이 열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현재 내 앞에 주어진 일을 내 속도에 맞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열심히 말고 그냥 살고 싶다.
그런데 이 결심이 무색하게도 수영장 가서 너무 열심히 수영한 것 같다.
너무 무리해서 체력이 달린다.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 습관은 잘 없어지지 않는가.
과연 난 그냥 살아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그냥 사는 것이 은근히 어렵다.
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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