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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Mar 14. 2020

또 열심히 살았네! 그냥 좀 살자!

열심히 살지 말고, 그냥 살고 싶다.

Photo by Edu Lauton on Unsplash



이번에 또 열심히 살뻔했다.


이번에는 내가 무엇을 했냐면 공부를 시작했었다.

애 둘을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대학교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너무 재미가 없는 거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가 없을 수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강의 듣는 동안,

차라리 이 시간에 글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심지어 이 공부를 하느니

차라리 이 시간에 간호사로 복귀를 해서 일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만뒀다.

그리고 생각했다.

휴우, 또 열심히 살 뻔했다.

이놈의 열심히 사는 습관은 진짜 고쳐야 할 텐데라고.


내 인생을 돌아보면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고 고생을 하거나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것을 어떻게든 이루어지게 하려고

죽어라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그 덕분에 배운 것도 많지만 내 인생이 너무 힘들다고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그렇다고 그렇게 고생을 하고 노력을 했다고 뭘 많이 이룬 것도 아닌 것 같다.


노력 대비 효율이 너무 적은 인생이었던 것 같다.


회사에 다닐 때는 회사를 어떻게든 그만 안 두고 다니려고 삶이 힘들었고

승무원 준비할 때는 그 준비에 목숨을 걸어서 삶이 우울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살게 된 첫 번째 해는 

나 스스로 이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서

삶에 아무런 활력이 없었다.

(그 덕분에 안 먹어서 결핵 걸렸었다. 켁!)


내 십 대 때는 다른 사람과 비슷해지려고 날 죽이는 삶이었고

내 이십 대는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든 사랑을 받고 싶어서

나를 꾸몄던 그런 삶이었던 것 같다.

십 대 때나 이십 대 때나 내가 없었던 것 같다.


삼십 대 때는 내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없는 돈 긁어모아 호주에 와서 일하고 공부하고 열심히 살았다.


덕분에 돈 벌어서 학비 내고 영주권도 받고 간호사도 되고

거기다가 남편도 만나서 애도 둘이나 생겼다.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애를 둘이나 낳고 이제 내 나이가 마흔에 점점 가까워져 오니

그만 열심히 살고 싶다.


앞으로 안 되는 것을 되게 하고 

가질 수 없는 것을 갖으려고 스트레스받으면

왠지 암 걸리고 아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섭다. 


앞으로 곧 마흔이 되는데 40년 동안 열심히 살았으니까

남은 삶은 그냥 좀 살고 싶다.


앞으로 내 인생의 어떤 문이 닫히고 어떤 문이 열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현재 내 앞에 주어진 일을 내 속도에 맞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면서

열심히 말고 그냥 살고 싶다.



그런데 이 결심이 무색하게도 수영장 가서 너무 열심히 수영한 것 같다.

너무 무리해서 체력이 달린다.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 습관은 잘 없어지지 않는가.


과연 난 그냥 살아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그냥 사는 것이 은근히 어렵다. 

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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