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보통 Aug 27. 2020

난 소중한 아이니까

그 믿음이 너를 광야로 발도 못 딛게 하겠지. 다행이다.

Photo by Aswin on Unsplash


무엇인가 힘이 들거나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나는 종종 아무도 없고 황량한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는 광야에 서 있는 느낌을 받는다.


워낙 어릴 때부터 날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살아와서 그런지

그런 광야에 갈 때마다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과 허함을 느낄 때가 있다.

다행히 요즘은 가족들과 법륜스님 덕분에 광야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법륜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내가 그런 광양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내가 만 3살이 되기 전에 형성된 카르마이므로 고칠 수 없고

살면서 안고 가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난 두려웠다.

우리 아이들이 나처럼 허한 마음을 가지고 살까 봐 걱정됐다.


그 마음이 생기면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에 내가 가진 욕심을 모두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그래서 만 세 살까지는 무조건,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는 되도록

'엄마, 나 왔어.'라고 부르면 집에 무조건 엄마가 있는 편이

아이들의 마음을 채우는데 좋다는 스님의 말씀에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음을 먹었다고 흔들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정말로 맞는지 모르겠어서 책도 뒤적여보고

스님의 법문도 듣고 생각도 많이 하고 있다.


얼마 전, 저녁을 사러 간 쇼핑센터에서

저녁을 픽업하고 다른 길로 엇갈린 남편을 나와 두 아이보고 있었다.

멀어지는 남편을 보며 첫째가 그랬다.

'엄마, 내가 지금 달려가서 아빠를 잡을까?'


첫째가 달려가면 금방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남편이 있는 곳까지 거리가 꽤 있었다.


'아니, 괜찮아. 엄마 옆에 꼭 붙어있어. 엄마랑 같이 가자.'

내 단호한 말에 첫째는 내 옆으로 바짝 붙으며 말했다.


'왜? 내가 소중한 아이라서?'

'그럼, 우리 첫째는 소중한 아이니까 그렇지.'


우리 첫째는 내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기분이 좋아서 까불거렸다.


신나서 재잘거리는 아이를 보며

엄마에게 나는 소중한 아이라는 그 믿음이 있는 한

우리 아이는 마음이 허해서 순식간에 슬퍼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말에 내가 아이를 위해 맞는 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도했다.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 가끔 나 혼자 있을 테니

너희들은 이곳을 절대 모르기를.


그럴 수 있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엄마로서 아이들을 위해

지금처럼 단단히 서 있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또 열심히 살았네! 그냥 좀 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