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 손절했잖아? 날 그렇게 바람 맞히고도 어떻게 다시 나한테 연락을 해?'라고 따져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냥 좋게 좋게 내가 육아 때문에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널 만날 수 없다고 완곡하게 거절한다.
(일부분 사실이다. 애 둘 육아 때문에 누굴 못 만난다.)
날 손절한 사람이라고 해서 굳이 감정을 상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 좁은 브리즈번에서 언젠가 만난다고 하더라고
기쁘게 웃으며 잘 지냈냐며 안부인사를 할 수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언제 시간 내서 다시 만나자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거짓말을 하면서 말이다.
하유지 작가님이 쓴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에서 미지는 학교를 가라고 강요하는
엄마에게 자살소동까지 일으키며 이렇게 말한다.
"난 이제 알지도 못하는 애들하고 일 년씩 이 년씩 묶여 지내지 않을 거야. 친구 없는 걸 불편해하는 척하면서 나하고만 친해지는 짓, 그만둘래. 내 맘에 드는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싶어. 난 그 사람들을 네모 말고 동그라미 속에서 찾을 거야. 엄마도 알지? 교실은 네모나고 지구는 둥글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