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한 이중언어 아이 한글 배우기

책 많이 읽어주고 내버려 두니까 지가 알아서 배우고 있다.

by 한보통

우리 첫째는 이중언어를 한다.

나와 이야기할 때는 한국어로

남편과 이야기할 때는 영어로 한다.


이게 정말 신기한 게,

내가 아빠한테 이것 좀 말해줘 라고 한국어로 말하면

가서 영어로 혼자 번역을 해서

영어로 아빠한테 말을 한다.


어릴 때 배우는 언어능력은 무한하다더니

우리 아들을 보면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한다.

(두 살도 안된 우리 둘째를 봐도.

애도 이중언어 하는 중)


우리 첫째는 요즘 한글을 혼자 깨치고 있다.

COVID19 덕분에 집에 있으니까

오전에는 거의 뻘짓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그 덕분에 한글 깨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만 4살 생일이 지나고 나서 벽에 있는 (내가 만든) 한글 보드에 있는

한글을 가리키면서 엄마 이건 뭐야? 하면서 자꾸 묻기 시작하더니

우리 식탁에 앉으면 보이는 유리창에 적인 한글 자음 모음(내가 적어둠)을

밥 먹으면서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내가 책을 읽어주다가

이렇게 많이 책을 읽어줬는데 우리 첫째는 책 언제 읽을 수 있어?라고

조금 투정을 부렸더니 그날부터 자꾸 한글을 읽으려고 했다.


처음에는 받침 없는 쉬운 한글을 읽기 시작하더니

요즘에는 받침이 있는 한글을 읽고 있다.


보니까 지금 받침은 거의 다 익힌 것 같다.

받침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아는 것 같다.

읽어보라고 하면 받침을 읽으니까.


아직 쌍받침이랑 된소리/거센소리는 헷갈려하고 있다.

쌍받침은 나도 헷갈려서

내가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난 0개 국어를 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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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제목을 아이가 읽으면 내가 책을 읽어주고 있다.

아이가 어렵다고 하는 단어는

짧게 그 단어를 분리해서 말해준다.


'왕'을 못 읽으면 '오'랑 '아'가

어떻게 붙어서 '와'가 되는지를 말해주는 식이다.


짧게 말하지 애를 앉혀놓고 써봐 라고 하거나

길게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하는 건 내가 지루해서 싫다.


아이는 생각보다 쉽게 단어를 연계해가고 있다.

'호' 자를 보면 '호떡'을 생각하면서 그 '호'도 이 '호'냐고 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알고 있는 단어를 기억해내면서

한글을 배워가고 있다.


바닥에 널브러진 책 제목을 혼자 읽거나

한인신문에 쓰여있는 기사 제목을 혼자 읽기도 한다.


종종 아빠와도 한글로 글쓰기를 하거나

한글 게임을 한다.


타요 한글 카드로 먼저 글자를 (타요 카드 사기를 잘했네!)

아는 사람이 카드를 먼저 가져가는 게임인데,

남편이 재미있게 놀아줘서 그런지

첫째는 신나서 카드에 쓰인 한글을 읽으려고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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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읽다 보니 이제는 쓰기도 한다.

원래 종종 썼는데 받침 없는 것만 썼다.

이제는 이렇게 받침이 있는 것도 쓴다.


혼자서 소방차를 써서 나한테 가져다줬다.

물론 난 너무 잘 썼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사진을 찍었다.

내 다이어리에 붙여놓는다며 내 방으로 가지고 왔다.

우리 첫째는 엄마를 기쁘게 했다는 것 때문에 뿌듯해했다.


이번 해에 어차피 킨디(한국 학제로는 유치원 전 단계) 가기 싫어하니까

안 보내고 책이나 많이 읽고

한글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손쉽게 되다니 운이 좋다.


이대로 가면 올해 안에는 책을 스스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를 가르치면서 느끼는 것인데,

한글은 발음을 하면서

그 발음대로 철자를 배울 수 있는 언어다.

이렇게 쉬운 한글을 만드시다니

세종대왕님은 진짜 천재다.


정말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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