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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Dec 01. 2019

인생, 너만 힘든 건 아니야.

그 단순하고 따뜻한 위로.


Photo by Maksym Kaharlytskyi on Unsplash


질풍노도의 10대와 사랑고파병에 걸려 사랑을 구걸했던 20대 때, 나만 이렇게 힘든 줄 알았다. 

화목한 가정에서 다들 학교 등록금도 별문제 없이 선뜻 주시는 부모님들이 부러웠고 

스스럼없이 같이 여행 갈 친구들이 있는 성격 좋고 돈 있는 애들이 부러웠다. 


열등감 더하기 질투심 더하기 자존심 빼기 하며 그렇게 치졸하게 살았다.

너희들은 나처럼 힘들지 않으니까 좋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힘든 만큼 그 당시의 나는 참 좀스러웠고 우울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나만 힘든 것은 아니었다.


SNS에서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것은 가장 행복한 모습일 뿐.

그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만을 보여주는 것이지

가장 힘든 순간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살다 보면 다들 나 만큼은 힘들고 다들 나 만큼은 견디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안 보려고 해서 그렇지 더 힘든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아무리 돈이 많고 아무리 삶이 편해 보여도

인생은 어느 정도의 고뇌와 번뇌는 필연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부터 누구든 어느 정도 인생에서 힘들다는 것이

알게 모르게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 이후부터는 힘든 순간이 오면 나만 힘든 것은 아닐 테니까 괜찮아 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 어딘가에 나처럼 힘든 인생의 동지들에게 무언의 응원을 보냈다. 


호주에서 신규 간호사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정말 힘들었다.

거의 대부분의 뉴그랫 간호사들이 같은 학교를 나왔던지라 

다들 서로 알고 있어서 나는 거기에 끼기도 힘들었다.

아시아인은 인도인 포함해서 3명. 다들 호주 사람들이었다.


그중에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 병원에서 AIN으로 일을 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지 다들 편안해 보이고 이 병원의 시스템에도 꽤 익숙해 보였다. 


처음 힘든 3개월을 보내고 다 같이 모여서

병동 생활이 어떤지 이야기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그 모임에서 한 호주 신규 간호사가 지금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원래부터 그곳에서 일했었는데 다시 뉴그랫간호사로 돌아가서 일하니까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힘들고

같이 일하는 동료와 트러블이 있어서 지금 너무 힘들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다시 한번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다들 힘든 것을 알았다. 


너만 힘든 것이 아니다.

다들 힘들다. 

다들 살아가고 있다.


그 험난한 인생, 어떻게든 버티고 살아가려고 하고 있다는 이 사실이 

무한한 위로가 되어 서로를 보듬는다. 


그러니 살아가면서 왜 내 인생만 우울하고 이렇게 상처투성인지 슬퍼하지 말자. 


인생은 너나 나나 뭘 안 해도 힘들고 서로 본의 아니게

종종 상처를 주고받는다.  


내 멍청한 행동 때문에 타인이 상처받기도 하고

타인의 생각 없는 말 때문에 내가 상처받기도 한다.


우리는 누군가의 천사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개새끼 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살아가면서 너만 힘든 것이 아니고 너만 상처받은 것은 아니다.  

이것을 깨달으면 우울한 우리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


우리는 힘들게 살아가는

내 옆의 누군가를 위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다. 

너만 힘든 것이 아니다.


무슨 일을 할 때 힘든 일이 있을 때 

정말 다 포기하고 싶고 마음이 아플 때 생각하자.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인생은 처음이라서 다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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