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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Dec 01. 2019

나이가 찬다고 짠하고 안 바뀌어요.

서른이 딱 되면 뭔가 달라질 것 같죠? 안 그래요.

내가 십 대 때 제일 궁금했던 것은 서른의 내 모습이었다.

그때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질풍노도의 십 대와 좌충우돌의 이십 대를 보내고 

서른의 나를 마주했을 때 나는 정말 좌절했다.


이렇게 이뤄놓은 것도 없는 서른이라니.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이뤄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어떻게 된 일일까 하고 고민을 했었다.


서른이라면 잔치는 끝났다느니

죽을 수도 살 수도 없을 때 서른이 온다라든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서른이라는 숫자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주는 것 같다.


십 대와 이십 대가 그렇게 평탄하지 못해서 나는 서른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공부만 해야 하고 숨 막히는 집에 묶여있는 십 대의 나와 

도대체 내가 어떤 인간이 될지 

너무나 불안하기만 했던 이십 대를 보내다 보니 

서른이 되기를 학수고대했었다.


서른이 되면 무엇인가가 되어있을 테니

이렇게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하게 만드는 이 시기가 지나고

뭔가 달라져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다..  


막상 서른이 되어보니 도대체 뭐가 달라지지가 않았다.

불안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이 시기는 계속되었고

삶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뭐가 뿅 하고 달랐지만 좋겠지만,

서른이 되면 뭔가 달라지지 않는다.

통장의 잔고가 많아진다든지 

인간관계가 쉬워진다던가 그런 것은 없다. 


서른이 되면 스멀스멀 잠식하는 노화의 시간을 어렴풋이 감지하고 

아이크림과 선크림을 부질없이 더더욱 열심히 바르게 되고 

통장의 잔고를 보면서 빠져나가는 지출들에 한숨을 쉬게 마련이다. 

이제는 더 이상 부모님께 기대어 살기에는 너무 나이 들어 버렸으니까.


이러다가 서른도 되기 전에 결혼도 못하고 

서른이 된 후에도 혼자 살면 어쩌나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지만 

좋은 남자는 유부남이거나 

여자 친구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또 큰 한숨을 쉬게 마련이다. 


가장 결정적으로 서른이 되면 

서른이라는 것을 미루고 싶어서

만 나이로 나이를 세기 마련이다.


생각해 보면 아직도 소름 끼치게 어린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를 인생의 종착역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른 전에 결혼을 하겠다거나 

서른 전에 어떻게든 성공을 하겠다거나라고 결심을 해서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하거나 성공을 하면 좋다.


하지만 서른이라는 나이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달려간다면 

그 서른의 숫자에 억눌러 

즐거운 주변의 경치를 못 볼 수 도 있다.

서른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주변의 경치 속에 숨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들을 말이다.


서른이 되면 뭔가 달라지지 않는다. 

서른이 되었다고 

당신의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며 그대의 인생은 계속된다.


서른을 너무 무서워하지 말자.

그대의 서른은 단 한 번뿐이다. 

그 한 번뿐인 서른을 싫어하며 

무서워하며 살기에 그대의 서른은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다.


그대의 서른을 응원한다.

내 서른이 호주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그렇게 치열하고 즐거웠듯이

그대의 서른도 어느 정도는 치열하고 

어느 정도는 즐겁기를 기도한다.


서른을 잘 맞이하는 이웃님들이 되기를.

나도 곧 나에게 오는 마흔을 잘 맞아해야겠다.

마흔도 내 인생에서 소름 끼치게 젊은 나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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