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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Dec 01. 2019

이 세 가지를 얻어볼까

물건을 치우고 안사면 생기는 세 가지+

넷플릭스 미니멀리즘: 볼 때마다 많은 깨달음을 준다.



맥시멀리즘은 진짜 나랑 안 맞는다는 것을 애 낳고 나서 깨달았다.

첫째 낳고 나서가 내 인생 최대의 맥시멀리즘이었다.


애가 태어나면서 우울하고 힘드니까 

자꾸 필요 없는데 애 키우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산 쓸데없는 물건들이 꽤 많았다.

육아는 아이 템빨이니까 이건 필요해하면서 말이다.


정작 그 물건이 우리 집에 오면 몇 번 쓰지도 못하고

자리 차지하고 내가 치우느라 스트레스받고 

그것 때문에 화나고 짜증 나니까 기분을 풀려고 또 뭘 사고 그랬다.


둘째가 언제 나올지 몰라서 다 가지고 있으니까 그것 때문에 또 스트레스받았다.


결국  둘째가 태어나면 쓰겠지 하는 큰 육아용품들과

있으면 좋다는 육아 템들을 거의 다 치워버렸다.

애가 태어나면 없는 대로 어떻게든 키울 수 있겠지 했는데,

진짜 없어도 애는 잘만 큰다. 


그렇게 다 치우니까 나한테 세 가지의 좋은 것이 생겼다.


하나는 비워진 공간


물건을 놓았던 공간이 새롭게 생겼다.

일단 우리 집에는 티브이도 소파도 없다.

그래도 예전에는 국민 육아 템이라는 러닝홈 장난감이나 쏘서도 있어서 

집안 치우기도 힘들고 자리도 너무 좁아서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해 보였다.

그런데 요즘은 아래층이나 위층이나 뭐가 없으니까 치우기 너무 쉽다.


위층은 원래 뭐가 없었지만,

아래층은 뭐가 많았는데 다 치우고 자잘한 장난감만 놓아두니까 

넓어서? 애 둘이서 막 뛰어놀아도 공간이 탁 트인 느낌이다. 


두 번째는 남는 시간

시간이 남는다. 

예전에는 치우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물건이 많으니까 여기에 놓았다가 저기에 놓았다가 하면서 좀 넓게 보이게 하려고 고심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뭐가 없으니까 딱 넓다. 


미니멀한 상태가 좋으니까 애들 장난감이나 이게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사면 내가 치워야 하고 사면 쓰레기가 될지도 몰라서 그냥 안 사게 된다. 

뭐 하나 살려면 또 검색을 엄청 해야 하는데, 그런 시간을 안 써서 좋다.


잘 생각해 보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고, 더 뭘 살 필요가 없다.

쇼핑에 시간을 안 들여서 좋지만 가끔은 그냥 취미생활로

육아 퇴근하고 힘들어서 침대에 누워 멍하니 쇼핑 창을 보고 있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세 번째로 슬금슬금 올라가는 잔고 

치솟는 이자율에 무섭게 올라가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절약하려고 한다.

남편이 충분히 벌어주지만 여차하면 저축은 없는 상황이라서 

최대한 아껴서 살려고 한다. 


울워스나 콜스에서 파는 생필품들은 

반값 세일을 해서 굳이 많이 살 필요를 못 느낀다.

많이 사면 어디 넣을 자리도 없어서 되도록이면 

많이 쟁이거나 하지 않는다. 


애들 옷도 자주 빠니까 굳이 옷이 많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애들 옷은 소중하게 입혀봤자 소용없다.


어차피 험하게 놀아서 얼룩 묻고 찢어지고 해서

도대체 좋은 옷을 사줘 봤자 나만 속 탄다.

저렴한 걸로 막 입히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책은 도서관에서 주로 빌리고, 나도 우리 남편도 패션에 둔감한 호주에 살다 보니, 

옷도 많이 안 필요하다.


뭘 사야지 잔고가 내려가는데, 애들이랑 공원 가고

무료 플레이 그룹 가고 하니까 일주일에 아이들한테 5불도 안 쓴다.

우리 애들이 데이케어를 가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잔고가 조금 이나마 올라간다.

내가 일을 많이 안 해서 쑥쑥 올라가지는 않지만,

다행히 내려가지는 않는다.


둘째 낳고 미니멀리즘을 하기 시작했는데, 진짜 만족스럽다.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게 치워진 부엌 벤치탑을 보거나,

이야기를 하면 집에 뭐가 없어서 말을 하면 약간의 울림? 에코? 가

생기는 것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물건을 사지 않으면 공간, 시간 그리고 잔고가

시나브로 생긴다.

거기에 더해서, 스트레스가 적어진다.


물건을 치워야 하는, 그 물건을 어딘가에 놓아야 하는, 

그리고 그 물건을 다시 처분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좋다.


빚을 내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맥시멀리즘을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내 돈 내가 쓰겠다는데 뭐 어떠라.


많이 벌어서 많이 쓰는 인생처럼 멋진 인생도 없지만. 

난 지금 많이 벌지 못하므로, 적게 쓰는 인생을 당분간 살까 한다.


물건이 너무 많아서 삶이 답답하다고 느껴진다면, 

내 삶이 더 이상 행복하고 설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나처럼 미니멀리즘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의외로 적게 가지고 사는 삶이 여러 가지로 많은 행복을 준다. 

환경에도 그리고 육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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