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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Nov 30. 2019

인생, 천천히 가도 괜찮다.

각자의 시간은 다들 다르니까.

아일랜드에 적지 않은 나이로 캠프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을 할 때

나 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독일 남자들은 병역을 면제받기 위해서

자원봉사자로 1년 동안 일해야 하기 때문에 아일랜드에 왔고 

그 외의 친구들은 대학을 가기 전에 좀 더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온 경우였다.

물론 1년 동안의 자원봉사 활동이 끝나면 세계여행을 더 해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참 부러웠던 것은 인생을 천천히 가도 된다는 것이었다.

남들이 대학을 갈 때 꼭 가지 않아도 되고

남들이 직장을 가질 때 꼭 직장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었다.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

적어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인 뒷받침과 문화가 부러웠다.  

 

내 20대는 남들보다 언제나 느렸다. 


수능을 보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서 그 대학을 꾸준히 다니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해서 남들 다 학교 다닐 때 난 다른 나라에 있었고

남들 졸업할 때 나는 공부를 시작하고 있었다.


호주를 가겠다는 결심도 서른이 거의 다 되어서 늦게 했고

호주에 와서도 늦게 공부를 했다. 


내 20대를 다시 돌이켜보면 20대는 참 조급했고 실수가 많았으며 인내심이 없었다.

 

내 20대를 누군가의 속도에 맞추기보다는,

아일랜드에서 만났던 친구들처럼 조급해하지 않고 내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즐기며 느리게 가려고 했더라면  

한 걸음 한걸음이 참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이들에 대한 열등감에 힘들어하고 

남을 깎아내리고 했던

다시 생각해 보면 오밤중에 이불 킥을 할 부끄러운 짓을 덜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에게 조금 더 집중했더라면 그 어린 20대에도 더 나은 사람이 되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내가 호주 직장에서 일도 해봤고 이제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누군가보다 앞섰다는 생각은 그렇게 안 든다.


나랑 같이 졸업했지만 아직 직장을 못 잡아도

어차피 간호사로 일하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간호사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이든 집이든 삶이든 포기하지 않으면 

각자의 시간에서 주어진 목표점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 

우리의 출발점은 다르며 우리의 종착점도 다르다.

포기하지 말고 가다 보면 주변 풍경도 보면서 즐겁게 각자의 종착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는 길이 느리고 두렵다면, 그럴 때마다 나를 토닥여주자. 

건강히 그리고 천천히 잘 살아가고 있어서 참 고맙다고.


천천히 즐겁게 가자. 

이 한 번뿐이 없는 인생을.

 

누군가와 비교하지 말자.

지금을 살아가는 이 순간, 나는 참으로 소중하고 대견하니까. 

   



Photo by Jill Hey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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