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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Nov 30. 2019

그곳에 낙원은 없다

한국을 탈출하고 싶은 그대여,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

문제시 자삭하겠음. 구글에서 퍼왔어요.


이십 대 때 나는 뭔가 꾸준히 하는 것이 어려웠다. 

잘 다니던 대학교를 내 마음대로 자퇴하고

(그것도 부모님이 등록금을 내주셨던!!) 일자리를 구했다. 

진짜 한 달도 안 돼서 일을 그만둔 적도 많았다.


그만두고 다시 구하고를 한 6개월 넘게 하다가

마지막으로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정직원으로 일했다.

같이 일하는 매니저의 엄청 심한 태움에 정말 죽을 것 같아서 그만뒀다. 


고졸의 신분에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이 없었다.

그렇다고 만족할 만큼 돈을 주지도 않았다.

세상을 만만히 본 오만은 그만큼 대가를 치웠다.


그래서 대학은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대학을 다시 가기 위해서 공부를 했고

장학금을 받았고 아르바이트를 했고 

또 다른 더 나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편입 공부를 했고 

드디어 졸업을 해서 직장에 들어갔다.


이것이 아닌 것 같아서 계속 공부를 해서 학력을 높였고 

그래서 들어간 직장은 정말 숨이 막혔다.


몸이 천근만근 - 하다는 말을 나는 정말 매일 출근할 때마다 느꼈다.

일요일 저녁에는 정말 죽을 것 같았고

월요일 아침에는 도대체 이 회사에서 내가 뭘 하는 가 싶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1년 만에 그만두고 연봉 천만 원을 깎아서 내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직종으로 들어갔다.

그 회사에서 몇 개월 동안 잠도 못 자고 일했다.

우연히 20년 경력의 실장의 월급명세서를 봤는데

세금 공제하고 200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내 20년 후의 미래가 가 저 실장의 미래라면, 도대체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또 그만두고 승무원 준비를 했다.

할 만큼 해서 최종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져서 한국에 왔다.


한국에 왔을 때 도대체 내가 무엇이 문제일까 싶었다.

찾아보니 뭔가를 꾸준히 2년 넘게 한 적이 없었다.

뭔가를 이번에 시작하면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지 말고 꾸준히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특히, 돈 받고 하는 일을 꾸준히 해보자고 생각했다. 

 

일반 회사에는 이 나이에 누가 뽑아줄까 싶어서 지원도 안 했다.

한국에 들어와서 일주일 만에 구한 영어 학원강사 일을 열심히 했다.

한 업계에서 적어도 2년 이상은 일하자 -라고 계속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더 이상 그만두면 스트레스, 불만, 일 이든 무엇이든 앞으로 더 이상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 1년은 하루하루 견디느라 스트레스받았다. 

한국에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는 실패자인 내가 싫어서

일만 하면서 우울하게 보냈다.

점점 익숙해지니까 삶이 살만했다. 

다음 1년은 유학 준비도 철저히 해가며 한국에 있는 나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호주에 갔다가 공부 다하고 영주권도 못 받고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 학원강사로서 어떤 경력을 조금이나마 쌓아놓고 가자고 생각했다.

그러니 학원강사일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연구도 하고 남의 것도 참고해서

남들과 다르게 가르치니 다른 선생님들이 어떻게 그렇게 가르치냐고 교습법을 묻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부원장님이 호주 안 가고 여기에 있으면 안 되냐고 물어보시기까지 했다.

아이들도 좋았고 일도 좋았다.

일에 관해서 빠릿빠릿해지는 나의 기억력이 놀랍기까지 했다. 


한국에서 마지막 일이었던 학원강사 일이 일 자체를 견디는 힘을 가르쳐줬다. 

도망치지 않고 계속 버티고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바꾸면 즐기는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줬다.


덕분에 졸업하고 바로 취직한 뉴그랫(신규 간호사)로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힘들었지만 잘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반드시 견뎌야만 하는 때라는 것을 그만두고 싶은 와중에도 알았던 것 같다.


이제는 조금 힘들어도 어떻게든 견디는 힘이 생긴 것 같다. 


한국에서 도망치듯이 호주로 오고 싶거나 막연히 외국을 꿈꾸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한국이 지옥 같다는 그들에게 그 지옥에서 행복하면 

지옥이 아닌 곳에서는 더 행복해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시간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해주고 싶다.


한국을 벗어난다고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떤 문제가 자신을 괴롭히는지 찾아보고 

그 문제를 극복하거나 받아들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시스템이나 근무환경이 최악이라고 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또 다른 것이 더 최악일 수 있다. 

최악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에서 견디는 힘을 기른다면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사람 사는 것은 어디든지 비슷하니까.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 
그곳에는 또 다른 지옥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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