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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Nov 30. 2019

간섭을 피하고 싶었어.

장기적인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도대체 부모님들은 왜 이렇게 걱정이 많으신지.

나도 애 엄마 돼보니까 알겠다.

부모는 그냥 본 투 비 걱정병인 거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얻었으니 잃어버릴까 봐 사라질까 봐 걱정에 또 걱정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스무 살이 넘고 나서 까지 아이들 걱정을 하고 싶지는 않다.

짧은 인생 옆에 있는 남편 마누라는 안 챙기시고

스무 살 서른 살 넘은 다 큰 어른들을 아직도 아이인양 걱정하는 부모들을 보면.

제발 저렇게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을 알지만, 

자식도 자식의 인생을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마음껏 낭비하고

마음껏 살도록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주변에 보면 정말 간섭이 심한 부모님이 많다.

그런 부모님께서 벗어나려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긴 시간을 들여서 치밀하게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20살 때 이집트랑 이스라엘에 간다고

6개월 동안 돈 벌어서 티켓 끊고 출발 3일 전에 부모님께 보여드렸다.


먼 곳을 가는 것이라서 일단 가격이 150만 원 정도였는데

그 당시 150만 원이면 우리 집으로서는 큰돈이었다.

티켓을 환불할 수 없으니 반강제적으로 부모님께서 허락 아닌 허락을 해주셨다.


6개월 동안 잘 놀고 집에 오니까 너무 답답했다.

내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집을 나갈 수 있을까 밖에 없었다.

그 이후에 진짜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많았다. 

한번 반항(?) 하니 그 이후는 더 쉽게 되었다.


일단 다니던 대학교를 퇴학하기 위해서 부모님 막도장을 파서 학생처에 내고 와서 퇴학했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황당하셨겠지만 다시 복학하게 할 수 없다고 말해서 어찌하지 못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등짝 맞을 일이다.

등록금을 내가 냈으면 모르겠는데 부모님이 내주셨는데 말이다.

그래도 질렀으니 어쩔 수 없었다.


대학교를 종 퇴학 고졸로 일을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이건 아닌 것 같아서 3개월 동안 죽어라고 다시 수능 공부해서 다시 대학에 들어갔다.


등록금은 내가 다 벌어서 냈고 안되면 학자금 빌렸다. 

부모님께서 학자금 보증을 안 해준다고 하셔서 

소액을 내고 신용가관에서 학자금 보증을 서주는 제도를 써서

다행히 대학교 학자금 빌릴 수 있다.

 

집에서 생활할 때는 부모님께서 내 빨래나 방 청소를 해주려고 하면 

절대 하지 말라고 하고 내가 다 했다. 

그래야지 나중에 혼자 살아도 나 혼자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요리는 중간에 아일랜드 갔다 오니까

확 늘어서 이제는 혼자 살아도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한국에 다시 왔고 - 경제적 독립은 되었지만 정신적으로 준비가 안 돼서 부모님 집에 살았다.

겨우 호주 오기 3개월 전에 정신적 준비가 겨우 되어서 집을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호주 올 때 티켓 다 끊고 통보. 

호주 갈 때도 내가 무슨 공부를 하러 가는지도 부모님은 몰랐다.


호주에 가서 혼자 다 내가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고 

호주에서 실제적으로 날 도와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날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까 거의 10년간 나는 내가 결정하고 통보했다. 

싫으면 마세요 -라는 식으로.

그렇게 하다 보니까 부모님도 어느 정도 포기를 점점 하셨던 것 아닐까.

몇 번의 실패 아닌 실패도 있었지만 지금은 호주에서 자리 잡고 잘 사니까  

부모님께서 어쩔 수 없이 포기 아닌 포기를 하시게 된 것도 같다.  

  

일정기간 부모님께 성과를 보여주고 시간을 들여서 치밀하게 떠날 준비를 하자.

이렇게 성과를 보여주고 준비를 했는데도 

자식을 평생 꼭 쥐고 싶어 하는 부모님을 가지고 있다면 몰래 도망가자. 


하다 하다 안되면 잠시 피하는 것도 정답이다.

부모님 몰래 1년만 혼자 스스로 살다 보면

부모님도 자식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까.

이것은 극단적인 방법이므로 잘 고민해서 실천해야겠다.

 

부모와 자식 사이는 끊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잠시 떨어질 수 있다.

소중한 관계이니까 잠시 Off 했다가 On 하면 더 좋은 관계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다 나처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간섭이 심한 부모님 때문에 고통받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   



Photo by Nik Shuliahin ��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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