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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Oct 06. 2020

장난감이 별로 없으면

내가 치울 일도 애들이 싸울 일도 없다.

Photo by Xavi Cabrera on Unsplash



우리 집에는 장난감이 별로 없다. 

드디어 웬만한 장난감들은 다 치웠다.


이케아 상자 하나가 전부.

남은 장난감은 이케아 작은 상자에 담긴 자잘한 장난감과 자동차들이 있다.

창고에 보관해서 아이들이 놀고 싶을 때 가져오는 블럭 상자 2 상자와 기차 세트 1 상자가 있다.


블럭 상자와 기차세트는 첫째가 태어나고 나서 뭔 정신으로 아무 생각 없이 사둔 것이다. 

저 블럭과 기차세트를 내가 치워야만 하는 걸 알았다면 안 샀을 거다. 


거실에 있는 장난감 상자 2개로 우리 아이들은 정말 잘 논다.


장난감이 엄마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맞는데, 그 시간이 정말 짧다. 

아이들은 엄마가 그 장난감으로 자기와 놀아주기를 원하지 

엄마가 원하는 대로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는다.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서 무분별하게 구매했던 장난감들을 중고로 다 되파는데 아주 힘들었다.


집안일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 장난감은 최소한으로 갖추는 것이 좋다. 

아예 없는 것은 어떨지 한 번도 그렇게 안 살아봐서 잘 모르겠다. 


장난감이 없으면 엄마가 치우기 편하다.

애들이 장난감을 다 꺼내서 놀아도 저 상자에 다 넣으면 끝이다.

그리고 책장 위에 차들은 주차하면 끝. 아니면 상자에 넣으면 끝이다. 

5분 내로 청소할 수 있다.


둘째로 애들이 안 싸운다.

아이들이 두 명 이상 있으면 장난감이 있으면 싸우지만 없으면 안 싸운다.

아마 없으면 다른 것으로 싸우겠지만 그건 그때 해결할 일이다.

왜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걸 자꾸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지만 

장난감이 하나만 있으면 그렇게 싸울 수가 없다.

(그래도 우리 집은 하나씩만 되도록 사둔다. 싸우면서 애들은 크는 거니까.)


셋째, 장난감이 없으면 애들이 다른 창의적인 놀이를 한다.

얼마 없는 장난감으로 무궁무진한 놀이를 만들어낸다.

그게 아니면 내 부엌용품으로 놀이를 하기도 하고

색종이 가지고 접고 붙이고 그리고 쓰고 한다.


그것도 아니면 둘이서 거실 한쪽에서 뛰었다가 다시 또 한쪽에서 뛰는 게임도 한다.


장난감이 없으면 없는 대로 신기하게도 참 잘 논다. 


이 글을 읽으면서 애들 놀이방 또는 거실을 봤는데

한숨이 절로 나온다면 지금이 버려야 할 순간이다.


치워야 한다.

버려야 한다


그래야 더 편하게 육아를 할 수 있고 집안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더는 사지 말아야 한다.


장난감은 엄마들에게 절대 유용하지 않고 시간을 벌어주지 않는다.


애들이 혼자서 장난감 가지고 노는 시간에서 내가 치우는 시간 빼면

그 시간이나 그 시간이나 똑같다.  


어차피 애가 장난감 하는 시간에 옆에서 애 하는 말을 들어줘야 한다면

차라리 장난감을 없애고 애랑 같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고 

아이도 훨씬 좋아한다. 


장난감은 집안일의 거대한 복병이며 장애물이다.

다 치워버려.


언제쯤 저 장난감들을 다 없앨꼬.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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