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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Oct 09. 2020

진이, 지니 - 정유정

브리즈번 도서관  

Chini, Chini

Chŏng, Yu-jŏng, 1966-,

KO LOTE-BOOK CHO

34000107164063


+그녀는 내게 삶이 죽음의 반대말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삶은 유예된 죽음이라는 진실을 일깨웠다.

내게 허락된 잠깐의 시간이 지자면,

내가 존재하지 않는 영원의 시간이 온다는 걸 가르쳤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 나는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삶을 가진 자에게 내려진 운명의 명령이었다.


+나를 내려다보는 팬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어려 있었다.

내 아기야,라고 말하는 눈이었다.

목이 아파왔다. 뱃속이 뜨거웠다.

이 느낌을 오래도록 기억하려고

나는 눈을 감았다.

윗입술을 들어 올려 유리창에 입을 맞췄다.


+

주어진 일을 해낸 자신의 용기를 보여주었다.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더하여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일깨웠다.

살아있는 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야 한다는 것도.

그것이 삶이 내리는 유일한 명령이라는 것도.




브리즈번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갔다가 정유정이다! 하고 빌린 책.

설마 7년의 밤처럼 무서운 책이면 조금 읽다가 그만둬야지 하고 가지고 왔다.

정유정 책은 묘사가 자세하지 않은데 읽으면 상상이 막 되고 무섭다. 

그래서 이 작가님의 무서운 책은 안 읽고 피하고 있다. 


설마 보노보가 무슨 살인하고

그런 책을 쓴 건가 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건 다행히 아니었다. 


생각보다 피식거리게 웃게 만드는 것도 있고 

손에 땀을 쥐는 스펙터클도 있는 그런 책이다.

어떻게 보면 로맨틱한 면도 있다. 


어떻게 비가 죽창처럼 꽂힌다고 표현을 하는지 문체에 놀라고 

삶을 저렇게 치열하게 사는 자들에 대한

읽다 보면 빨려 드는 스토리에 놀라는 책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정유정 작가님의 첫 로맨스 소설이자

성장소설이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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