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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Dec 02. 2019

그런 자식이 되어 보자.

엄마가 너무 미안해서 고마워 지는 그런 자식 말이다.


Photo by Xavier Mouton Photographie on Unsplash

참 이상한 것이

우리 엄마는 요즘 나한테 미안해한다.

혼자서 호주 유학 와서 공부 다하고 학비 다 벌고

거기다가 알아서 결혼도 했다.


둘 다 학생이었고

그렇게 수중에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아서,

결혼식은 결혼 등록소에서 간단하게 했다.


돌이켜보면 남편한테 미안한데,

우리 남편은 화려한 결혼식을 해서

빚잔치를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자신은 좋았다고 해줘서 고맙다.


이렇게 착한 남편이랑

그가 가지고 있는 돈이랑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합쳐서 

부모님들께 돈 한 푼 안 받고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엄마는

나한테 자주 미안하다고 말한다.

도대체 뭐가 미안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나는 우리 엄마가 나에게 어떤 마음으로

미안하다고 하는지 알고 있다. 


엄마로서 어떤 것을 해줘야 하는지 몰라서

우왕좌왕했던 20대 초반의 젊은 엄마.

 

자신은 누리지 못했던 것을

누리게 해주고 싶지만

빠듯한 살림에 그것조차 쉽지 않아서 

해달라고 조르는 어린 자식에게

속상함을 숨긴 화를 내야만 했던 엄마.


이제는 자식이 크고

자신의 손이 필요하지 않은 요즘에 

그런 것들이 조금씩 보이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픈 엄마.

그 마음을 내가 아이를 낳고 나니 알겠다.


종종 전화통화를 할 때마다

엄마가 그때는 뭘 몰라서 그랬네.

너네한테 미안하지 라고 말을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뭐가 미안해. 

이 만큼 잘 키웠으면 된 거지.

나 내 밥벌이 잘하고

애 잘 키우고 잘 살고 있으니까 엄마 미안해하지 마.

아니 미안하면 나 어릴 때 잘해주든가. 

지금 와서 왜 미안해해. 됐어. 


라고 장난기를 섞어가며 진심으로 말한다.


그러면 엄마는 그렇지.

그래서 고맙지 -라고 말한다.


아마 엄마도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 최선이 최고는 아니 일지언정

현재의 나를 만든 원동력이 된 것은 틀림이 없다.

엄마의 그 최선이 없었다면,

나는 이 시간에 이 곳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부모님께 이런 긍정적 미안함을 받아보자.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고, 

스스로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되어가고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부모님께서는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신다.


부모님이 학비 못해줘서

어떡하니 미안하다 라고 말을 하면 

등골 브레이커 하지 말고,  

그깟 학비 내가 버니까 걱정 마 엄마라고

말을 할 수 있는 능력과 배포를 키우자.


다들 그 정도는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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