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요즘 셋째 이름 짓기에 한창이다.
셋째 이름 짓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둘째는 아직 어려서 이 이름이 어때? 하면 자기 이름이 더 좋아!라고 하는 아이라 물어보나 마나.
남편은 내가 좋으면 어떤 이름이든 좋지만 너무 오래된 느낌의 영어 이름은 안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Viola라든가.
이 두 사람과 달리 첫째는 이름에 대해서 깐깐하다.
내가 마음에 드는 이름이 첫째는 싫고 첫째가 제안한 이름은 또 내가 싫다.
결국 한국 이름과 영어 이름을 겨우 하나 합의를 봤다.
이것도 확정은 아니다.
셋째를 내가 왜 가지게 되었냐면 그냥 가지고 싶어서 가졌다.
셋째를 가질까 말고 고민을 하고 아이를 세 이상 가진 엄마들에게 물어보고 있을 때였다.
이런, 셋째를 실수로 가진 줄 알고 임신테스트기까지 했는데 아니었다.
그때의 실망감이란.
남편에게 선포했다.
난 셋째를 가져야겠다고!
우리 남편은 난감해했지만 셋을 갖겠다는 내 결심을 돌릴 수는 없었다.
자꾸 다들 실수로 생긴 것 아니냐고 짓궂게 물어보곤 한다.
셋은 사실 그들이 생각해도 너무 많은가 보다.
우리가 낳고 싶어서 계획해서 가졌다고 꼭 강조하고 싶다.
둘째가 너무 이뻐서 더 늦기 전에
셋째를 하나 더 가지고 싶었다.
시도해 보고 안되면 마음을 접는 걸로.
내 나이 때는 자연임신이 10%라는데 될 리가 있겠어?!
되면 진짜 복이다라고 생각했는데 됐다.
시험관 시술까지 할 생각도 했는데 다행히 안 할 수 있었다.
내 나이와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위해서 첫째 둘째 때 안 했던
비싼 하모니 테스트도 하고
주변에 알리는 것도 아주 늦게 알렸다.
지금은 끔찍했던 입덧기간을 지나서
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가끔씩 잊고 이번 주가 몇 주더라? 할 정도로
편안한? 임신 기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좀 살만해서 그런가 셋째가 프렙에 가는 날을 계산해 봤다.
아니! 이런! 2027년에 프렙에 간다.
지금부터 6년 동안 더 육아를 해야 한다.
둘째가 프렙 가는 2024년에서 3년 더 연장됐다.
처음 5년 기관에 안 보내고 가정보육을 한 첫째가 학교에서 잘 지내고
만나는 선생님마다 아이에 대해 좋은 소리를 해주시는 것을 보면
5년을 내가 옆에 붙어서 키우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저 자존감과 자신감은 화목한 집에서 태평한 마음을 가진 엄마 옆에서
엄청난 사랑을 듬뿍 받아야지 나온다는 것을 난 잘 안다.
난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이기에 그게 보인다.
사랑을 충분히 받은 아이는 정말 다르다.
그래서 나머지 두 아이도 처음 5년은 모든 것을 다 제쳐두고 나서라도
내 품에서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그래서 도저히 학교 가기 전에는 기관에 못 보내겠다.
거기다가 첫째도 기관에 안 갔으니
공평하게 둘째 셋째도 아마도 별일 없으면 안 보낼 예정이다.
그렇게 따지니
2015년부터 육아를 했으니까 2027년까지 약 12년 동안 육아를 하는 거다.
생각해 보니 까마득한데 또 생각해 보면 그 시간 또 금방 지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 길게 보면 아이들을 위해서 엄마로서 살아가는
12년이 그렇게 길지는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 12년 동안 아이들은 듬뿍 사랑을 받으며
엄마 사랑이 필요한 만큼 얼마든지 받고 잘 자랄 것이고
나는 12년 동안 육아를 하면서 뭔가를 하긴 또 할 테니까
(그동안 책도 한 권 써서 출판도 했고.)
이러나저러나 아무것도 안 해도
세월이 흐르면 늙을 텐데
가는 세월 우리 애들한테나 제대로 잘 써야겠다.
겨우 12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전적으로 쓰기에는 참 짧다.
또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겠다.
Photo by Liv Bruce on Unsplash
노산에 셋째를 출산하는 저를 위해 순산 기원 부탁드린다.
출산을 이미 두 번 해봤지만 그래도 또 하려니 무섭다.
제발 무통 맞고 아픔 없이 아이가 무사히 나올 수 있기를.
2023년 5월 현재. 셋째는 무사히 우리에게로 와 고집이 어마어마한 토들러가 되었다.
요즘 말 안 들어서 죽겠지만 그래도 너무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