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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Dec 02. 2019

인정받아봤자 쓸데없어

부모님/가족한테 그렇게 인정받지 않아도 괜찮아.

어릴 때 가장 속상했던 것은

내가 딸이어서 알게 모르게 받는 차별이었다.

부모님은 그런 것이 없었다고 하시지만, 당사자인 나에게는 그 보이는 그 차별을

꾸준히 말해봤자 부모님은 바뀌지도 않고 고쳐지지도 않았다.


인정을 받고 싶어서 노력을 하다가 내가 스트레스로 죽겠다 싶어서 그냥 포기했다.


부모님이 인정을 해 주시든지 말든지 에라~ 쓸데없다라고 생각을 하기로 했다.


아일랜드에 위대한 성공을 꿈꾸며 야심 차게 갔다가

'실패한' 딸로 돌아온 그 이후부터 경제적이나 정신적으로나

내가 의지할 곳은 하나도 없구나 -라는 것을 확실히 자각한 이후로는

더 이상 인정받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호주에 이제 살게 되고 내 가족이 생기게 되니까 느끼는 것이 

부모님께 그리고 내 가족이라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이 내가 지금 하는 일을 잘하고 있고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한 계획과

그 계획을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는 자각이 있다.

그 자각이 나 자신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상황이든

받아주고 지지해 주는 남편이라는 가족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제는 한국의 가족들에게 가족들이 생각하는 적정수준의 연봉을 얼마 받고 

이름이 알려진 직장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을 받을 필요를 더 이상 못 느낀다. 


내가 한국에서 학원강사를 할 때 가르쳤던

많은 학생들이 아무 생각 없이 (누군가는 뭔가 생각이 있어서 했겠지만) 

열심히 학원에 와서 공부를 하고 그 엄청난 양의 숙제를 새벽 두세 시까지 하게 된 이유는 

부모님한테 우리 딸은 똑똑해서 최고 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서라고 생각한다.


내 친구가 월급의 반을 뚝 떼어서 매달 부모님께 드리는 것은

부모님을 생각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 딸은 매달 용돈을 많이 줘서 최고

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서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인정을 너무 나도 받고 싶었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으니까 그 마음이 이해는 간다.

살아보니 그렇게 인정을 받으면 좋지만

받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사는 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Photo by Mareko Tamaleaa on Unsplash

인정을 받지 않아도 시간은 가며 그대는 살아남을 것이며 

어느 순간 부모님과 가족의 인정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그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까 수능 망했다고, 취직에 실패했다고,

중요한 시험에 실패했다고  

너를 가장 사랑해줘야 할 사람들이 너를 비난한다고 할지라도 견디고 살아남자. 


너를 인정하고 너를 지지할 사람은 너 하나로도 충분하다. 


소중한 너를 인정해 주고 스스로 더 강해지는 쪽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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