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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Dec 14. 2019

너무 힘들면 때려치워도 괜찮아.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 없으면 어떠하리.

Photo by Mèng Jiǎ on Unsplash


한국을 탈출하기 전에 한국에 있는 모든 것에 미련과 안녕을 고하는 것은 필요하다.
한국에서 어떤 문제 때문에 도망을 쳤다면 그 문제가 호주에서도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문제를 맞서고 부딪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대체 그 일이 내 영혼과 삶을 갉아먹는다면 그만둬도 괜찮다.

나도 어릴 때 일을 아주 많이 그만뒀는데 안 굶어 죽고 아직도 잘 살고 있다.


한국에서 내가 가진 문제 중의 하나는 일을 자꾸 그만두는 내 변덕이었다.
한국에서 일을 자꾸 그만두는 내 변덕스러움은 엄청났었다.
어떤 일은 3개월 만에 그만두기도 했었다.

내가 일을 그만뒀던 이유 중의 하나는 힘들면 내 인생이 아까워졌다.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런 일이나 하고 있다니!

그러면서 그만둬버렸다.

그 핑계를 앞에 내세웠지만 그냥 일이 하기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자주 그만둬서 내가 부끄러웠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만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그만두지 않았으면 스트레스로 힘들었을 것 같다.

마음이 답답해서 어딘가가 고장 났거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그때 그만두지 않았다면 이렇게 호주에서 살고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 힘든 일이 많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너무 힘들다면 

왜 힘든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날 힘들게 하는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면 조금 견뎌도 좋지만 

극복하다가 내가 죽겠다고 하면 

잠시 뒤로 물러나도 괜찮다. 


좋은 월급이나 좋은 회사, 잘 생각해 보면 그런 것 다 필요 없고 의미 없다.
내가 일을 하면서 즐겁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면 
일이 다 무슨 소용이며 돈이 다 무슨 보상일까.

너무 일이 힘들면 도망쳐도 된다.
낙원 따위에 안 들어가면 어떠하랴.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면 어떠하리. 
나도 같이 가운데 손가락을 같이 세워서 그들에게 보여주면 된다.

그만둬도 놀랍게도 인생은 계속되며 그 인생을 즐겁게 살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을 그만뒀다고 인생이 거지같이 변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조금 더 강해지만

계속 나를 괴롭혔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때가 온다.


그렇게 매번 일을 그만두던 나도 아일랜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이번에 일을 하게 되면 2년 이상은 해보자고 생각해서 그 목표를 이루고 호주에 왔다.
영어강사로 일했던 2년 반 동안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고 죽을 것 같은 적도 많았지만 

그때 조금 힘들어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일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덕분에 호주에서 그 힘들다는 에이지드케어 워커로 2년 넘게 일해서 

호주에서 간호 대학교 다니면서 공부하고 등록금+생활비 다 벌었고,

처음에 간호사로 병원에서 일할 때도 처음 6개월은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만두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강해져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는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날 없애버리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낫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 없으면 어떠랴.

내가 지금 이곳에 살아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낙원은 언젠가 포기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있는 날이 온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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