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힘들면 때려치워도 괜찮아.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 없으면 어떠하리.

by 한보통
meng-ji-8BH_M-53CyA-unsplash.jpg Photo by Mèng Jiǎ on Unsplash


한국을 탈출하기 전에 한국에 있는 모든 것에 미련과 안녕을 고하는 것은 필요하다.
한국에서 어떤 문제 때문에 도망을 쳤다면 그 문제가 호주에서도 없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문제를 맞서고 부딪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대체 그 일이 내 영혼과 삶을 갉아먹는다면 그만둬도 괜찮다.

나도 어릴 때 일을 아주 많이 그만뒀는데 안 굶어 죽고 아직도 잘 살고 있다.


한국에서 내가 가진 문제 중의 하나는 일을 자꾸 그만두는 내 변덕이었다.
한국에서 일을 자꾸 그만두는 내 변덕스러움은 엄청났었다.
어떤 일은 3개월 만에 그만두기도 했었다.

내가 일을 그만뒀던 이유 중의 하나는 힘들면 내 인생이 아까워졌다.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이런 일이나 하고 있다니!

그러면서 그만둬버렸다.

그 핑계를 앞에 내세웠지만 그냥 일이 하기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자주 그만둬서 내가 부끄러웠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만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그만두지 않았으면 스트레스로 힘들었을 것 같다.

마음이 답답해서 어딘가가 고장 났거나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그때 그만두지 않았다면 이렇게 호주에서 살고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 힘든 일이 많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너무 힘들다면

왜 힘든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날 힘들게 하는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면 조금 견뎌도 좋지만

극복하다가 내가 죽겠다고 하면

잠시 뒤로 물러나도 괜찮다.


좋은 월급이나 좋은 회사, 잘 생각해 보면 그런 것 다 필요 없고 의미 없다.
내가 일을 하면서 즐겁지 않고 행복하지 않다면
일이 다 무슨 소용이며 돈이 다 무슨 보상일까.

너무 일이 힘들면 도망쳐도 된다.
낙원 따위에 안 들어가면 어떠하랴.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면 어떠하리.
나도 같이 가운데 손가락을 같이 세워서 그들에게 보여주면 된다.

그만둬도 놀랍게도 인생은 계속되며 그 인생을 즐겁게 살면 될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을 그만뒀다고 인생이 거지같이 변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내가 조금 더 강해지만

계속 나를 괴롭혔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때가 온다.


그렇게 매번 일을 그만두던 나도 아일랜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이번에 일을 하게 되면 2년 이상은 해보자고 생각해서 그 목표를 이루고 호주에 왔다.
영어강사로 일했던 2년 반 동안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고 죽을 것 같은 적도 많았지만

그때 조금 힘들어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일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덕분에 호주에서 그 힘들다는 에이지드케어 워커로 2년 넘게 일해서

호주에서 간호 대학교 다니면서 공부하고 등록금+생활비 다 벌었고,

처음에 간호사로 병원에서 일할 때도 처음 6개월은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만두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강해져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는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날 없애버리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낫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 없으면 어떠랴.

내가 지금 이곳에 살아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낙원은 언젠가 포기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있는 날이 온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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