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따시고 배부르고 마음 편하게 해 주면 그걸로 됐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좋은 엄마가 뭔지 잘 몰랐다.
막연히 내가 생각했던 좋은 엄마는 애들이랑 엄청 잘 놀아주고,
좋은 옷도 막 입히고, 언제나 웃어주고 뭐 다들 생각하는 그런 엄마였다.
실제로 첫째가 나오고 엄마라는 역할이 주어졌는데 내가 생각했던 좋은 엄마를 못하겠는 거다.
엄마를 해본 적이 있어야지 잘해보지.
모든 것은 새롭고 이 새로운 포지션에 대한 적응이 엄청 힘들었다.
좋은 엄마가 뭔지 찾아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진짜 많았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좋은 엄마는 무엇일까? 에 대한 나만의 정답을 찾기 위해서 책도 많이 읽고 고민도 많이 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육아를 두 번째로 또 해보니까 답이 살짝 보였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엄마란 이렇다.
기본적으로 애 등 따시고 배 부르고 마음 편하게 해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거 3가지만 잘하면 다른 것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집이 없으면 내가 애를 안아서 등을 따시게 해 주면 되고,
나 못 먹어도 애는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애가 다른 애들보다 늦거나 애가 특출 나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마음 편하게 해 주면 된다.
이런 기준으로 엄마라는 일을 생각하니까 내 마음이 편해졌다.
미국산 기저귀, 유기농 소고기, 엄마표 놀이 등등 그런 것 다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애 잘 키우는데 문제 될 것은 없다.
기본적인 제3가지를 애가 원할 때 해주면 된다.
애가 안 원할 때 말고 애가 원할 때 말이다.
등 안 따셔도 되는데 자꾸 따시라고 하지 말고, 애 안 먹는다는데 자꾸 먹이지 말고,
마음 안 편하면 좀 안 편하게 좀 나눠도 된다.
지가 그렇게 있고 싶다는데 내가 뭘 어쩌겠는가.
내가 그걸 못해준다고 애가 어찌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걸 안 해주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까 너도 이만큼의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모르는 사이에 내 욕심의 민낯을 아이에게 보여줄지도 모르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안 해주는 편이 백번 낫다고 생각한다.
이걸 안 하면 안 되고
저걸 안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육아서의 질타에서
벗어나서 이 세 가지만 딱 잘하면 되는 것 같다.
나도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잘한다.
등 따시고 배부르게 해주는 것은 그럭저럭 되는데
마음 편하게 하는 건 종종 안된다.
내가 피곤해서 화를 내기도 하고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짜증을 내기도 한다.
적어도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이유가
아이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라는 것을 알아서 조금씩 고쳐가고 있다.
등 따시고 배부르고 마음 편하면
아이가 아니라도 삶이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나 조차도 그렇기에 아이에게
등 따시고 배 부르고 마음 편하게 하는 그 쉽고도 어려운 방법을
해주려고 매일을 노력하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잘 웃는 것 같다.
노력 없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이조차도 1년을 살아남아야지 먹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러니 육아도 이 정도 노력은 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원칙은 앞으로 20년 이상 긴 육아에
절대적인 지침이 될 것이다.
꼭 명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