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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Dec 13. 2019

엄마표 놀이를 할 때 나의 원칙

무조건 엄마가 편할 때 하는 걸로.

Photo by frank mckenna on Unsplash



우리 애들의 놀이 방식은 내 상상과 기대를 언제나 뛰어넘는다.

왜? 어째서? 저렇게 놀지?라는 의문을 언제나 나한테 안겨준다.


그림을 그리겠다고 해서 물감과 캔버스를 주면 

캔버스에 물감을 덧칠하고 또 해서 결국에는 캔버스에 검은색만 남아있거나,

물감통에 있는 물감들을 쫙 짜서 막 섞고 또 섞다가 다시 물을 넣고 그걸 씻어서 

다시 버리고 또 물감을 섞고 버리는 것을 반복을 한다.


얼마 전에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종이를 낄 수 있는 이젤을 사 왔다.

한 면에는 분필로 쓸 수 있는 칠판이 달려있고, 

다른 한 면에는 펜을 쓸 수 있는 화이트보드가 달려있다. 


처음에는 분필로 쓰다가 펜으로 칠판에 쓰다가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종이를 끼워주니까 

그림을 그리다가 물감으로 칠판에 난리를 쳐놓았다.

거기까지는 내 상식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호스를 가져와서 거기다가 물을 뿌렸다.

이젤에 물을 뿌릴 줄 이야!!   


나는 왜 이젤을 샀는가.

역시 안 사는 것이 좋을 뻔했다.


우리 애들의 놀이는 언제나 이런 식이다.  

그냥 나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족하여 

우리 애들의 놀이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테니 위험하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두어버린다.

수행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동안 남들 따라 한다고 

밀가루 놀이했다가 가만히 풀장 안에서 안 하고 

밖에다 하고 호스 가져와서 물 넣으려고 해서 막느라고 힘들었다.

거디 가다 나중에 청소하느라 나중에 성질 나서 첫째한테 화냈다. 


엄마표 밀가루 모래놀이 (밀가루와 식용유로 만드는 것)를 했다가

책 사이에 넣겠다고 하고 호스 가져와서 물 넣고 싶다고 해서 또 한 번 힘들었다.

둘째의 오래된 젖병에 넣었다고 안 나온다고 울고 난리. 

하아. 

이 놀이를 한 이후로 내가 10년은 늙어버린 것 같아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놀이 리스트에 적어두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내 식대로 원칙을 만들었다. 

엄마표 놀이를 할 때 내가 정한 원칙은 이렇다.


치우기 쉬운가?

놀이 시작 1분 후에 아이가 안 한다고 해도 내 기분이 괜찮을 것 인가?

이 놀이를 하고 치워도 될 체력이 지금 나한테 있는가?


이 세 질문에 다 Yes라고 답을 하면 한다.

하나라도 아니면 안 한다.


하다가 애한테 결국 성질을 내게 되기 때문에 안 한다.

  

요즘에는 습한 여름이라 물놀이, 얼음놀이를 많이 한다.

얼린 얼음을 왕창 줘서 그걸로 가지고 놀게 하거나,

그냥 물놀이를 하라고 뒷마당에 풀장 주고 하면 시간 잘 간다.


준비하고 놀고 치울때까지 

내가 힘 별로 안 들이고 할 수 있으니까 애한테 화를 안 낸다.


이것도 하기 귀찮고 힘들면,

엄마 힘드니까 우리 그냥 집에서 책 보자 그런다.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책 읽어 주는 게 제일 편하다.


굳이 엄마표 놀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안 해도 애들은 지들이 알아서 잘 큰다. 

그러니까 엄마가 정~~~ 심심할 때 하는 것이 좋다.

애들이 심심할 때 말고. 

 

애들 심심하다고 엄마 피곤할 때 했다가

애한테 짜증 낼 바에는 안 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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