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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Dec 07. 2019

엄마로서의 내 리즈시절은 지금!

I know I am happy.

Photo by Anna Kolosyuk on Unsplash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하나 봤다.
What to expect when you're expecting이라는 영화인데
임신과 출산과 아이를 키우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나가는 영화다.

그 영화에서 정말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다.

When I was young,
I used to think I was so happy.
But, now, I know I am happy.
Exhausted but happy.

 

요즘 내 상태가 기분을 잘 말해주는 말이라서 공감이 갔다.

아직 3개월도 안 된 둘째와 곧 만 3살이 되는 첫째를

주중에는 혼자서 오롯이 돌보고 있다.

(지금은 첫째는 만 4살, 둘째는 18개월)


호주에 사는 대부분의 한국 엄마들은

전업주부라도 2살 정도면

또는 그전에 아이를
패밀리데이케어나 데이케어에 보내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점점 나는 우리 아이들이랑만

노는 날들이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쉽게 플레이 데이트를 했던 지인들도
아이들이 데이케어나

패밀리데이케어센터에 가면서

시간을 맞춰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이 없이 그 지인들만

따로 만나는 것은 조금 망설여진다.
첫째랑 둘째를 돌보느라고 거의 대화에

집중을 하지 못하기도 하고


또 그들에게 집중을 하려면
내 아이들을 왠지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내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이런 상황이어서 그런지

쉽게 만나자는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지인들의 아이들이

데이케어에 안 갈 때 함께 만나면

각자 같은 상황에서 만나는 것이라서
내가 덜 미안해진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 만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요즘에는 친구들과 만나는 것이

줄어들어도 외롭지는 않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는 뭔가 외로웠다.
말도 못 하는 아이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별로 친해질 마음도 없는

엄마들의 모임에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고 오기도 했다.
 
이른 아침을 함께 먹고

남편의 출근을 배웅하고 나면,
첫째와 둘째를 바쁘게 준비시켜서

함께 외출을 하는 것이 즐겁다.


모닝티로 첫째는 따듯한 우유를,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같이

초콜릿 과자를 나눠먹는 것이 즐겁다.
모닝티를 먹을 때 눈을 반짝이며

즐겁게 먹는 첫째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플레이 그룹이나 공원을 갈 때
운전을 하면서 첫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즐겁다.


둘째가 자는지 안 자는지 첫째에게 물어보면
서로 바로 붙어있는 둘째의 카시트를 살짝 보고는
둘째가 잔다거나 놀고 있다고
잘 대답해 주는 것도 좋다.


거기다가 요즘 부쩍 웃는

둘째의 미소를 보면 잠 못 자는 피로가 싹 가신다.  

이런 가장 사소하고 소중한 순간들이

모이고 쌓여서

따듯한 우리가 만들어지는

이 시간이 참 감사하고 좋다.

나를 이렇게 온전히 필요로

하는 두 아이가 있다는 것이,
그리고 그들과 시간을

충분히 보낼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져서 너무나 감사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엄마를

부르는 첫째와 둘째가

나를 필요로 해주는 것이 즐겁다.


길어야 앞으로 5년 정도 빠르면 3년 후에는

첫째 아이는 나보다는 친구를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십 대가 되면

서로 얼굴을 보기도

힘들 정도로 바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이 아이들이

나를 덜 필요하게 되더라도 괜찮다.
지금 나를 바라보고

이런 부족한 나라도

당신이 내 엄마여서 좋다고

온 힘을 다해서 말해주는 모습을 여전히 기억할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이 아이들을 만나서

엄마가 될 수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그렇게 기를 쓰고

공부하고 호주에 오고

대학을 다시 가고 간호사가 된 것은
다 이 아이들을 만나려고 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혹시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일을 못한다고 해서

전혀 아깝지 않다.
다 이러려고 공부하고

취직하고 한 것이니까.

내 인생에서 엄마로서

리즈시절은 지금인 것 같다.
그러니 이 시절의 모든 순간을

놓치지 말고 흠뻑 즐겨야겠다.

피곤하지만 그래도 엄마라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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