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쌓여갈 뿐이다.
애를 키우다 보면 많은 걸림돌이 보인다.
그것이 남편 일 수도 있고 내 거지 같은 체력일 수도 있다.
남편이야 설득을 하면 되고, 체력은 영양제 먹고 열심히 움직이면서 키우면 된다.
하지만 집안일은 어디를 가든 따라다닌다.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 하기 전까지 쌓여만 갈 뿐이다.
오~~~ 소름
아이가 태어나고 집안일이 약 2배 정도 늘어났다.
애 분유병 열탕/또는 소독해야 하지 애 옷만 따로 빨아야 하지.
애가 토라도 많이 하면 하루에 세탁기 두 번 돌리는 것은 보통이었다.
애가 기어 다니면 바닥 닦아야 하지. 진짜 쉴 시간이 없었다.
역시나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 집안일이 2배 늘었지만 첫째 때에 혹독한 훈련을 잘 받아서
그런가 애가 둘인데 애가 한 명일 때보다 좀 더 여유롭다.
애 둘 다 내가 끼고 키우는 우리 집에는 집안일 해결사 삼총사가 있다.
세탁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이 삼총사 없으면 우리 집 난장판에 거지꼴을 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우리 집은 빨래를 거의 매일 한다.
첫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빨래가 막 늘어났다.
세탁기 아니라 손빨래를 해야 하는 조선시대 때 엄마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빨래를 손빨래를 하셨던 것인지.
난 그 시대에 안 태어나서 다행이고, 세탁기가 빨래해 줘서 너무 고맙다.
쓰는 사람은 계속 쓰는데 한 번도 안 쓴 사람은 한 번도 안 쓰는 그런 물건이 바로 식기세척기다.
나도 한 번도 안 써보다가 둘 키우면서 늘어나는 설거지에 너무 힘들어했을 때
아는 친구가 꼭 쓰라고 강추해서 썼는데 이것은 신세계였다.
왜 설거지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바보같이 보냈는가.
우리 집에 빌트인으로 되어있어서 자리도 안 차지하는 그리고 어차피 있는 저 식기세척기를 왜 안 썼는가.
절절한 자기반성 시간을 한 후에 쭉 쓰고 있다.
혹시나 고장 날 것 같으면 심장이 털썩 내려앉는다.
애들이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6시 반에 아침 식사를 먹고 나서 남편이 출근하는 7시 전에
애벌 설거지를 해서 음식물을 다 씻어낸다.
그러고 나서 후다닥 식기세척기에 넣어서 돌리면 9시 전에 설거지가 끝난다.
9시에 설거지가 끝나면 열어놓고 외출하면 된다.
식기세척기 덕분에 식탁 치우고 식기세척기 돌리고 나서는
1시간 정도는 애들이랑 아무것도 안 하고 집중해서 놀 수 있다.
남편이랑 나랑 둘 다 청소를 엄청 귀찮아한다. 그래서 우리 집은 뭘 안 산다.
각 방에 가구도 가장 기본적인 것만 있다.
거실에는 소파도 TV도 없이 책장이랑 식탁만 있다.
뭐가 없어서 청소하기 편했다.
그런데 애가 두 명이 되니까 두 명 돌보면서 청소하는 것도 버겁다.
적어도 한 30분 넘게는 청소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과감하게 샤오미 로봇청소기를 샀다.
진짜 신세계다.
그동안 힘들게 청소하느라 시간을 보냈는가 하고 또 다른 자기반성 시간을 또 가졌다.
물론 바닥에 있는 것들 치워주고 먼지통을 비워줘야 하지만 시간을 엄청나게 절약해 줘서 너무 좋다.
우리 집 오미님이 청소를 하시는 동안, 우리는 다른 방에서 놀면 된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그만큼 우리가 같이 놀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더 좋다.
넷째를 임신하신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이 뭐냐고 여쭤보니까 더 늘어날 집안일 때문에 진짜 머리가 터진다고 하셨다.
애들은 뭐 지들끼리 노니까 걱정이 안 된다며.
애가 셋이 되니까 그분의 말씀이 무슨 말씀인지 확실히 알겠다.
셋이 되니까 집안일이 더 늘어났다.
애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노니까 내가 안 놀아줘도 돼서 좋다.
요즘도 이렇게 해결사님들께 도움을 받고 그럭저럭 집안일을 해나가고 있다.
어차피 해야 될 일이라면 즐겁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육아든 주부의 일이든 해야 한다면 즐겁고 효율적으로.
기계를 쓰든 꼼수를 부리든 집안일은 어쨌든 해야 한다.
집안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쌓여갈 뿐이다.
소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