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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Dec 08. 2019

육아를 쉽게 하는 방법

애가 원하는 대로 맞춰주면 한없이 쉽다.


Photo by Kevin Gent on Unsplash



첫째를 키울 때 내가 그 고생을 하고 그렇게 힘들었던 것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였다.

애가 날 힘들게 하기 보다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애가 안 움직여줘서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애가 잠을 잘 사줬으면 했는데 잠을 안 잤고,

애가 밥을 잘 먹어줬으면 했는데 밥을 안 먹었고, 

애가 혼자서 놀았으면 좋겠는데 혼자서 안 놀고 나를 자꾸 따라왔다.

심지어 화장실에 까지도 말이다.

애가 그만 좀 울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울어댔다.


하아. 진짜.

내 계획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둘째가 태어나고 돌이켜보면 진짜 그렇게 내 계획에 맞춰서 

애를 어떻게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애가 원하는 대로 내가 따라가 줬으면 

애도 덜 힘들고 나도 덜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16개월인 우리 둘째는 요즘 뭔가 깨어난 느낌이 부쩍 든다. 

예전에는 멍했다면 지금은 상황 돌아가는 것을 좀 아는 느낌이랄까.


말도 뭐라 뭐라 엄청 많이 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도 딱딱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 우리 둘째는 낮잠을 아기침대에서 안 잔다.


며칠 전부터 막 피곤하니까 좀 눕혀볼까 하고 낮잠 시간에 재우려고 

아기침대에 눕히면 안 자고 서서 내가 오기를 울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에는 눕히면 잘 자 하고 나오면 뭉그적 대다가 혼자서 잤는데 이제는 안 잔다.


내가 옆에 누워서 자면 재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촉이 왔다.


첫째 아이가 있어서 현재 내 상황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데리고 나와서 눈물 닦아주고 토닥토닥해 줬더니 

1분도 안 돼서 내 품에서 낮잠을 곤히 잤다. 

살짝 바닥에 눕히려고 했더니 울려고 해서 그냥 다시 토닥토닥해서 내 품에서 재웠다.


불편해 보이는데 내 심장소리를 들으면서 자는 게 더 좋은지 

움직이지도 않고 1시간을 그렇게 내리 잤다.


둘째 낮잠시간에는 첫째랑 같이 앞마당에 같이 나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단둘이 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는 그걸 못하게 되었다. 너무 아쉬웠다. 


- 첫째야, 둘째가 엄마품에서 안 자면 울고 싫은가 봐. 

엄마는 첫째랑 같이 놀고 싶은데 아가가 혼자 자는 게 힘든가 봐.

미안한데 엄마가 좀 이렇게 재워도 될까? 

- 응, 엄마 그렇게 해도 돼.

- 고마워. 그런데 이렇게 재우면 엄마랑 혼자서 못 노니까 속상하겠다. 

- 아니야. 엄마, 나 하나도 안 속상해. 


기특한 우리 첫째는 속상하지 않다면서 걱정 말라고 해줬다.

그러면서 책을 왕창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해서

둘째를 품에 안고 재우는 1시간 동안 책을 주야장천 읽었다.


다행히 이해를 해준 첫째 덕분에,

첫째랑 책도 많이 읽고 둘째도 울리지 않고 낮잠을 재울 수 있었다.


만약에 어떻게든 둘째 낮잠을 아기침대에서 재우려고 했다면 

결국에는 이도 저도 안되었을 것 같다.


우는 둘째 때문에 스트레스받아서 내가 첫째한테 화를 낼 수도 있었을 테니까.


아이를 품에서 재우면 앉아있는 내 엉덩이가 너무 아프다.

그래도 내 품에서 편하게 자는 둘째를 보면 이렇게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엄마가 계획하는 대로 고집하지 말고 애가 원하는 대로 엄마가 같이 맞춰주면

육아가 힘들지 않고 쉬워진다.


애가 원하는 대로 흘러 흘러가다 보면 애도 편하고 나도 편한 그런 합의점에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것 같다.


이걸 내가 첫째를 키울 때 알았어야 하는데, 

괜히 혼자 낮잠 안 자는 애를 내 계획대로 안 잔다고 울리고 고생시키고 했다.

안아서 재운다고 왜 애는 누워서 안 자냐고 속상해하고.


다행히 첫째 덕분에 그동안 내가 많이 배워서 둘째가 덕을 많이 본다.


잘 모르는 엄마를 이렇게 훈련시켜 준 첫째는 정말 복 많이 받을 거다. 


이만큼 엄마를 키워줘서 고맙다.

  


현재는 20개월 셋째를 키우고 있다. 

육아 만렙이 되어서 그런가 체력이 달린 것 외에는 

그렇게 육아가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애가 원하는 대로 물 흐르듯이 옆에 딱 붙어서 맞춰주다 보니 

쉽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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