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보통 Dec 07. 2019

3년 더 가난하게 살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3년 더 육아만 하기로 결정했다.

Photo by Chris Lawton on Unsplash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되고 나서

내 손에 쥐고 있는 이걸 버려야 하나 계속 가지고 가야 하나 고민했던 것이 있었다.


난 간호사로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일을 하러 가는 건 너무 싫지만, 일단 병원에 도착하면 

환자들이랑 동료들이랑 수다 떠는 것도 좋고 내가 사람들을 도와주는 직업이라는 것도 좋다.

내가 싱글이라면 아마 간호사로 커리어를 맹렬히 쌓고 그 돈으로 집을 몇 채씩 사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간호사라는 직업이 아이가 있는 엄마로서 병행하기에는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난 아이들을 비포 케어 나 애프터케어 (학교 시작 전 후에 돌봐주는 것)에 보내고 싶지 않다.

방학 때 Vacation care라고 방학 때 돌봐주는 것도 있는데 그런 것도 보내고 싶지 않다.


내가 라면도 못 먹고 그런 상황도 아니고 

빠듯하긴 하지만 그래도 센터링크도 나오고 남편도 버니까 

일을 하기 위해 데이케어에 맡겨야 하는지 정말 고민이었다. 


우리 애들이 이렇게 떡 하니 엄마가 있는데 왜! 우리 애들이 그런데 가야 하는가.

내가 돈을 벌고 일을 해야 해서?!

내가 내 커리어를 쌓아야 해서?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그러니까 0학년(Prep)부터 11학년(12학년은 의무가 아니라고 하니)을

마칠 때까지 9시부터 3시까지 하루에 6시간씩 학교에 있어야 한다.


내가 일을 하면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하루에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은 6시간이 딱 적당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내 친구처럼 간호사로 밤 근무만 하면서 아이들을 케어하는 것은 또 싫다.

요즘 밤에 잠 조금만 못 자면 머리가 아프고 멍하다.

이렇게 거의 5년간 밤근무를 했다 안 했다 하며 일을 했었는데 

밤 근무해서 돈 버는 것은 내 수명과 체력과 돈을 바꾸는 느낌이다.

그래서 밤 근무는 더 이상 하고 싶지도 않다.


주말에 일을 하는 것도 그만큼의 가족시간이 없어져서 싫다.

일하러 가면 육아를 안 해서 좋으면서도, 하루만 안 봐도 쑥 커있는 아이들을 보면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을 가야 하는 날은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예민해진다.


일을 안 할 때는 이 일을 어떻게 하면 계속할까? 과연 계속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맡기지 않고 간호사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계속했다.


첫째를 낳고 나서 일을 다시 하러 갔을 때도 고민을 했었다.

일을 하면 할수록 이건 아닌 것 같아서.


둘째 낳고 휴직했다가 다시 일을 해서 그런 고민은 안 하는데,

일을 하러 가는 그 주는 뭔가 예민해져 있어서 아이들에게 더 짜증을 내게 된다.

아이들과 어디 멀리 놀러 가는 것도 부담이 된다. 그래서 이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법륜스님이 말하시는 아이를 키울 때 가져야 하는 태평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편과 의논해서 과감히 일이고 간호사 커리어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갈 때까지 앞으로 3년.

조금 가난하게 그리고 마음 편하게 살기로 했다.


그렇게 손에 꼭 쥐고 있던 것을 놓으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요즘은 애 둘 돌보는데 덜 피곤하다.

비타민 씨도 3알밖에 안 먹는데 말이다.

부담을 덜으니까 아이들이랑 놀 때도 더 잘 놀아줄 수 있다.

육아 퇴근하고 해야 할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말이다.


3년 후에 내가 간호사로 다시 복귀를 할지, 다른 일을 할지는 알 수 없다.

(면허는 매년 갱신은 해둘예정)

그때 일은 3년 후에 생각하기로 했다.

앞으로 3년간은 조금 가난하게 살아야겠다.

외벌이로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지금은 셋째가 태어나서 2027년까지는 가정보육을 위해 전업주부로 살려고 한다.

몇 년 더 가난하게 살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에 순한 아이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