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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Dec 07. 2019

세상에 순한 아이는 없다.

그런 애들은 존재하지 않아. 내 인생에서는 말이야.

Photo by Joseph Gonzalez on Unsplash



우리 애들은 비교적 순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거랑 남이 말해주는 건 다르다.

애들 순한 편인이네 -라고 남이 말하면 애가 셋인 요즘은

그런갑 보다 하고 초월했지만 

예전에는 그렇게 성질이 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순한 애들조차도 

엄마가 애 놓아두고 뛰쳐나가고 싶은 경우가 

왕왕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 순한 애는 없다고 생각한다.



18개월이 되어서 식탁에 올라가지 않고 자리에 앉아서 책 보는 아이,

만 4살이 되어서 싫다는 말 하지 않는 아이,

내가 저녁 준비할 때 다리 잡고 엄마 엄마 그러면서 진상 부르지 않는 아이'들'이 

순하지 - 우리 애들 절대 순하지 않다.


세상에 그런 순한 애가 어디 있다고 그런 말을 막 하는지 모르겠다.

내 주변에는 그런 애를 본 적이 없다.


아 - 힘들어. 

오 - 기 빨려.


욕 나오는 개월 수라는

18개월이 된 둘째는 오만군데 다 올라간다. 

그래서 우리 집 거실에 의자 다 치워버렸다. 

우리 둘째가 하도 올라가서.


첫째가 손 씻을 때 쓰는 이단 스툴에도 

자꾸 올라가서 그것도 치웠다.


왜 오빠가 올라가면

너도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라고 몇 번 말해봤지만 알아들을 리가 없다.


못 알아듣는 척하는 건가?!

이 녀석.


거기다 겁 없는 여자라서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가서 머리를 콩 박고 온다.

거기다 말은 지겹게 안 듣는다.


위험한 일을 할 때면 엄청 무섭게 혼내는데도 

내가 혼내면 내 눈치를 보다가 - 

'엄마~' 그러면서 안긴다.

아이코.


만 4살이 된 우리 첫째는

요즘 '싫어' '안 해'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싫다고 하나 안 한다고 하나 성질이 나지는 않는다.


너 싫고 너 안 한다고

내가 안 하지는 않아 -라는 갑의 태도를 취하려고 하니까.


그런데 가끔 고집을 엄청 부려서

이걸 놔두고 집에 가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게 한다.


저번에는 너무 힘들어서, 

- 넌 데이케어 가고, 넌 킨디가. 내년에!

엄마 힘들어서 안 되겠어! 


했더니 첫째는 죽어도 안 간다고 하고 둘째는 웃으면서 날 보고 있다. 

진짜 그날은 둘 다 어디 보내버리고 싶었다.


애들 둘 다 데이케어/킨디 보내면 얼마나 편할까 상상해 봤다.

일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고 혼자서 장도 편하게 볼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안 된다고 법륜스님이 그러시기도 하고 

내가 읽은 수많은 육아서에서도 애 잘 키우려면 

내 자식으로 만들려면 그러면 안 된다고 하니까 

꾹 참기로 한다. 


그렇게 나 편하자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고 좋다는

아이들 떼어놓고 다니면

그 과보를 내가 받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받을까 봐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 아이들이 사랑고파병이 생겨서

어릴 때의 나처럼 사랑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 눈치 보며 전전긍긍하며

살게 될까 봐 결국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한번 힘내기로 한다. 


세상에 순한 아이가 어디 있나.

남들은 잠깐 보니까 순한 거지.

그 순한 애들 보는 엄마는 어떻게든 죽는다 죽어


나라도 어디 가서 '애가 순하네'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

절대 절대 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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