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사니까 민낯으로 돌아다니지. 서울이었으면 못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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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밤에 화장실을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거울 속에 있는 눈썹이 2/3밖에 없는
낯선 여자가 날 쳐다보고 있다.
이런, 나였네.
도대체 난 언제 이렇게 늙었니. 어후.
나도 참으로 많이 늙었구나 싶으면서
그래도 호주에 사니까
이 눈썹으로도 밖에 잘 나갈 수 있구나 싶다.
한국에서는 제법 화장을 했었다.
밖에 나갈 때 비비크림이라도 안 바르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
가뜩이나 썩은 얼굴? 그렇게 바른다고
수박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호박은 되지 말자고 생각하며
변신 같은 화장은 못했지만
변장 같은 화장은 하고 다녔다.
누가 나 같은 사람을 신경을 썼을까
싶어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서울은 좀 그런 느낌이 있다.
맨얼굴로 다니면 안 되는 그런 느낌.
호주에 와서 간호 공부를 시작하다 보니
화장을 하는 것이 번거로워졌다.
일단 간호 공부하고 등록금/생활비를 버느라
일을 하다 보니
화장을 할 시간에 잠을 자야 했다.
그러다가 구 남자 친구 현 남편을 만났는데
우리 남편은 내가 화장을 안 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게 더 이쁘다나 (미쳤..)
결국 화장을 안 하고 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눈썹 2/3만 있는 채로
토너와 선크림만 벅벅 바른 채
내가 한가인 님도 아닌데 용감하게 (문명 특급 한가인 편 참고)
다니고 있다.
아무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 않고
아무도 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너무 편하다.
그러니 호주에서 명품을 사서 무엇하며
얼굴에 금칠을 하면 무엇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초화장품 외에는
화장품을 산지 꽤 오래됐다.
이렇게 내가 편하게 민낯으로 돌아다녀도
눈치 안주는 곳에서 사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내가 호주 살았으니까 이러고 살지
아마 한국에서 살았으면
매일 아침 아이 학교 보낼 때
화장하느라 스트레스받지 않았을까 싶다.
답답한 화장 안 해서
너무 좋고
쓸데없는 화장품에 돈 안 써서
참으로 좋다.
비록 내가 한가인은 아니지만
선크림 벅벅 바르고 다닐 수 있는
호주가 나한테는
잘 맞는 것 같다.
내 주변 친구들은 화장을 이쁘게 하고 다니는 분들도 많다.
그분들이 주변의 시선 때문에 화장을 하고 다닌다는 생각은 안 한다.
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내 만족을 위해 화장을 안 하고 다닌다.
혹시나 내 글을 곡해할까 싶어 이렇게 부연설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