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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May 29. 2022

나 자신, 아이, 그리고 일
그중에 선택한 거지

길게 보고 말이지.

Photo by Tyler Nix on Unsplash


일을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간호사 면허증 갱신의 날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일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둘째가 학교에 가는 후년에는 아마도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려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지금도 일을 하려면 할 수 있다.

에이전시로만 일을 하는 동료에게 

연락을 해봤는데 요즘 일이 넘쳐난다며

복귀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응원을 해줬다.


일을 하고 싶기는 하다.

간호사 일에 불평도 많이 하지만 

동료들이나 환자들이랑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배우는 것도 많고

호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애들 셋을 보면서 일을 할 수 있을까.

데이케어에 보내지 않고 육아를 할 수 있을까? 

내 체력이 받쳐줄까? 하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심사숙고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상황을 보자고 결정했다.


둘째가 태어나고 좀 일을 하다가 

그만두자고 결정할 때 

세 가지 중에 한 가지를 포기해야 했다.


나 자신, 아이들, 그리고 일.

하나를 버리겠다고 선택하면 

두 가지가 편안해지는 선택지였다.


그러니까 내가 일과 아이들을 선택하면 

밤 근무를 하고 아이들을 낮에 와서 돌보면 내가 힘들어진다.


아이들을 조금 희생시키겠다고 하면 

아이들은 데이케어에 가고 

난 일을 할 수 있고 나 자신도 덜 힘들 수 있다.


일을 포기하면  아이들도 데이케어에 가지 않고

나도 덜 힘을 수 있을 수 있다.


주말에 일하는 것은 돈 많이 받지만 좀 싫다.

가족과의 시간이 난 정말 중요하다. 

주말은 무조건 가족과의 시간이다.


여기가 한국이라면 아마 선택을 다르게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이가 숫자인 호주에서 일은 어차피 다시 구하면 되고 

혹시나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공부가 필요하면 다시 공부하면 되니까 

나와 아이들이 편하도록 일을 잠시 놓았다.


그래서 요즘 평화롭게 살고 있다.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 셋째를 낳은 후 바닥을 쳤던 

내 체력도 점점 좋아지고 책도 다시 쓰고 있다.


우리 셋째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무조건 애한테 딱 붙어있을 생각이라서 

간호사로 다시 일을 시작할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할지 

우리 남편 말대로 글을 계속 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세 가지 선택지 중에서 

일을 내려놓은 것은 돌아보면 잘한 것 같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편안해진다는 법륜스님의 말씀처럼

모든 것을 다 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를 버리니 삶이 편안해졌다.


인생은 참 길다.

긴 인생 

너무 아등바등 살지 않으려고 한다.


하나를 버리니 

두 개가 더 좋아졌다.

참으로 좋지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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