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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Jun 10. 2022

아이의 집안일 레벨을
나이별로 높여라!

학교 갔다 오면 너희들 빨래는 너희들이 접어서 넣으렴.


Photo by Sarah Brown on Unsplash


애들 자고 나면 집안일을 하는가.

절대 그러지 말아라.


그러면 애들이 엄마가 일은 하는지 모른다.

왜? 보이 지를 않는데 어떻게 알겠는가.

티도 안나는 집안일 아이와 같이 해서 힘든 걸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입는 옷이 그냥 마법처럼 빨아져서 옷장에 걸려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고 먹는 음식이 그냥 뿅 나오는 걸 아니라는 걸 알아야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나올 수 있는 건더기라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애들이랑 같이 집안일을 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이 엄마가 절대 사라지지 않고 쌓여가는 집안일을 얼마나 하는지 잘 보란말이다 하는 마음과 

크면 클수록 내가 편하자고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하나씩 분담해주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우리 집에서는 태어나서 3살 때까지는 열외다.

하지만 3살 생일이 되면 슬슬 집안일을 가르친다.


특히, 빨래가 많은 우리 집에서 빨래 접는 기술은 필수다.


3살에는 티타월 접는 기술을 가르치고

4살이면 바지와 목욕타월 접는 법을 가르친다.

5살이면 티셔츠를 접는 법을 가르친다.


사실 가르치는 건 아니고 옆에서 보고 이런 식으로 한다 정도만 알려주는데 곧잘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 첫째처럼 6살에 티 타월과 수건은 칼각으로 접고 티셔츠는 3단으로 접어서 넣을 수 있다.


셋째가 태어나고 애는 학교 가니까 내가 빨래 다 접어서

첫째가 오면 트롤리에 담아서 집어넣게만 했는데 5인 가족이니까 일이 너무 많아서 

어느 날 단전에서 성질이 마구 났다. 


아니 내 빨래도 아닌데 왜 내가 접고 있지? 하는 깊은 깨달음에 도달했다.


이제는 첫째가 집에 오면 애들 빨래는 안 접고 있다가

첫째와 둘째한테 접으라고 해서 트롤리에 담아서 집어넣으라고 한다.

물론 다 넣은 후 빨래바구니까지 세탁기 위에 올려놓는 것도 하도록 시킨다.


요즘 첫째는 학교에 갔다 와서 배고프니까 이것저것 먹고 나서

숙제를 간단히 하고 빨래를 접은 후에야 놀 수 있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더 이쁘게 더 단정하게 칼각으로 접을 수 있을지

혼자 고민하느라 빨래 접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뭐 내 빨래 아니니까.


그래서 집안일 중 빨래는 이렇게 조금이나마 수월해졌다.


진즉에 이렇게 할 것을 그랬다.

내 빨래도 아닌데 발을 동동 굴리며 애 하교할 때까지 어떻게든 마무리했을까.

그럴 필요 없었는데.


앞으로 아이들이 크면 클수록 아이가 할 수 있는 집안일의 레벨은 올라갈 테니 

집안일이 우리 모두의 일이 되는 한 나도 조금 집안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제발 그렇게 되기를 바라며 빨래 접는데 오래 걸리고 설거지하는데 물을 흥건하게 바닥을 적시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빨리 제대로 하라고 재촉하고 싶은 내 입을 꽉 다문다.


참아야 하느니라. 

그래야 나중에 스스로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접는 사람이 되느리라.

내 집안일이 덜어지는 그날까지!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 

몸에서 사리 나오겠다. 

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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