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진짜 별로다. 그렇지?
Photo by Alex Shute on Unsplash
아이들과 같이 붙어있으면 종종 나도 아이들에게 실수를 한다.
셋째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여전히 좋지 않다.
허리와 팔이 안 좋아서 셋째를 등에 아기띠로 업으려면
첫째와 둘째의 도움이 필요하다.
셋째를 등에 아기띠로 업고 집안일을 해야 해서
아기띠를 첫째에게 해달라고 했다.
첫째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
둘째를 아기띠로 업을 수 있게 도와줬던 적이 있었기에
수월하게 도와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첫째가 갑자기 못하겠다고 하는 거다.
셋째는 내 등에서 떨어질 것 같지
내 허리는 막 아프지
식은땀은 막 나지.
그래서 내가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첫째는 어떻게 하는 줄 몰라! 하면서 울어버렸다.
결국 둘째가 와서 도와줘서 셋째를 등에 업을 수 있었다.
우는 첫째를 달래면서 예전에 둘째가 업힐 때 네가 많이 도와줘서
할 줄 아는 줄 알았어.
진짜 엄마가 당황해서 소리 질러서 미안해하고 바로 사과했다.
그러고 나서 첫째를 토닥여줬다.
'엄마 진짜 너무 별로다.
첫째야, 엄마랑 놀지 마.
진짜 네가 몰라서 그랬던 건데
왜 소리 질렀데?!'
라고 그랬더니
그제야 첫째가 웃더니
'그래도 놀 거야' 그런다.
'우리 불쌍한 첫째가
이런 고약한 엄마한테 태어나서
고생이 너무 많네.'라고 했더니
첫째가
'아니야, 난 엄마한테 태어나서 너무 좋아.' 그런다.
아이고, 미안해라.
내가 육아를 하면서 잘하는 것 중 몇 가지가 있다면
아이에게 고맙다와 미안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다.
실수를 했다면 엄마라도 잘못해야 하고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면 꿇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한 날은
내 기분이 풀어지고
오해가 해소되고 나면
미안해서 더 심하게 날 자책하고 아이 앞에서 디스 한다.
엄마 진짜 별로다 그러면서.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참 나를 쉽게도 용서해 준다.
고맙게도 말이다..
나의 셀프 디스와 진심 어린 사과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풀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엄마 별로다 진짜, 그러니까 같이 놀지 마 -
이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