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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Jun 18. 2022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는 법

엄마 진짜 별로다. 그렇지?



Photo by Alex Shute on Unsplash





아이들과 같이 붙어있으면 종종 나도 아이들에게 실수를 한다.


셋째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여전히 좋지 않다.

허리와 팔이 안 좋아서 셋째를 등에 아기띠로 업으려면 

첫째와 둘째의 도움이 필요하다.


셋째를 등에 아기띠로 업고 집안일을 해야 해서 

아기띠를 첫째에게 해달라고 했다.


첫째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

둘째를 아기띠로 업을 수 있게 도와줬던 적이 있었기에 

수월하게 도와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도와달라고 했는데

첫째가 갑자기 못하겠다고 하는 거다.


셋째는 내 등에서 떨어질 것 같지

내 허리는 막 아프지

식은땀은 막 나지.


그래서 내가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첫째는 어떻게 하는 줄 몰라! 하면서 울어버렸다.


결국 둘째가 와서 도와줘서 셋째를 등에 업을 수 있었다.


우는 첫째를 달래면서 예전에 둘째가 업힐 때 네가 많이 도와줘서

할 줄 아는 줄 알았어.

진짜 엄마가 당황해서 소리 질러서 미안해하고 바로 사과했다.


그러고 나서 첫째를 토닥여줬다. 


'엄마 진짜 너무 별로다.

첫째야, 엄마랑 놀지 마. 

진짜 네가 몰라서 그랬던 건데 

왜 소리 질렀데?!'

라고 그랬더니 


그제야 첫째가 웃더니 

'그래도 놀 거야' 그런다.


'우리 불쌍한 첫째가 

이런 고약한 엄마한테 태어나서 

고생이 너무 많네.'라고 했더니 

첫째가 

'아니야, 난 엄마한테 태어나서 너무 좋아.' 그런다.


아이고, 미안해라. 


내가 육아를 하면서 잘하는 것 중 몇 가지가 있다면 

아이에게 고맙다와 미안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는 것이다.


실수를 했다면 엄마라도 잘못해야 하고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면 꿇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한 날은 

내 기분이 풀어지고 

오해가 해소되고 나면 

미안해서 더 심하게 날 자책하고 아이 앞에서 디스 한다.


엄마 진짜 별로다 그러면서.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참 나를 쉽게도 용서해 준다.

고맙게도 말이다..


나의 셀프 디스와 진심 어린 사과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풀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엄마 별로다 진짜, 그러니까 같이 놀지 마 - 

이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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