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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Aug 05. 2022

브리즈번 공립초등학교
컬러런!

흰옷을 입고 달려보자! 고고!

오빠 손을 잡고 또 달려보아요! 


첫째의 학교에서 학교 기금 마련을 위해 컬러런이 열렸다.


첫째의 베프인 친구가 천식이 있어서 컬러런을 못하는데

그래서 첫째도 안 한다고 했다.


컬러런 안 하고 그 친구랑 놀고 싶다고 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득을 했는데 무조건 안 한다고 했다.


우리 남편은 애가 안 한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했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


시험을 안 보거나 숙제를 안 하겠다면 괜찮다.

하지만 재미있는 걸! 노는 걸 안 한다니! 

절대 안 된다! 


난 이렇게 재미있는 건 무조건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어떻게든 설득을 하려고 

재미있는데 왜 안 해? 에서부터 

남들 하는 거 보고 있으면 별로야라고 밑밥을 일단 깔아 뒀다.


학교에서 애를 픽업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내가 중고 레고를 한 무더기 샀는데

그걸 보여주면서 이거 하려면 컬러런 해야 한다고 했더니

바로 넘어갔다.


사실 그전에는 돈 준다고 했다.

20불에 할래?

응 할래.

엄마가 생각해 보니 20불은 좀 비싼 듯. 5불만 더 깎아줘?

15불도 괜찮아.

그럼 10불은 어때?

그건 너무 싸서 안 할래.

그래 그럼 15불 줄게 라며 극적으로 타결되는 듯했다가 


중고 레고로 컬러런 하는 걸로 협상 성공을 이끌어냈다.

휴우. 


bad parenting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야 원래 뭐 배드 맘이니까. 훗! 


컬러런 끝나고 나면 대부분 이런 모습이 된다.


둘째도 작년에 컬러런을 오빠랑 하게 해 줘서 

올해도 할까 봐 엄청 신나 했다.


헤어밴드+선글라스를 무료로 받아서 끼고 쓰고 

오빠와 손을 잡고 컬러런 하는 운동장을 막 뛰었다.


다 끝나고 나니 저렇게 난장판이 되었지만 

엄청 재미있었는지 둘 다 좋아했다.


호주 학교 전부가 다 컬러런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대부분의 학교가 하는 것 같다.


무조건 흰색의 티셔츠와 바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케이마트에서 급박하게 사려니까 없어서 

찾아보니 다른 데서는 너무 비쌌다.

결국 집에 있는 버리는 티셔츠와 바지를 찾아 입혔다.


빨았더니 결국 노란색으로 잔뜩 물들었지만 

빨아졌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이렇게 재미있으니 자꾸 학교가 가고 싶지.


역시 학교에서 놀아야 제맛이다! 


올해 재미있으면 내년에는 무조건 한다고 했으니

내년에는 뇌물이 필요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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