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지나가서 다행.
정말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내 핸드폰의 캘린더 알람이 울렸다.
북위크 2주 전이니 어서 애 북위크 옷을 사라는 알람이었다.
이렇게 알람을 안 하면
빵빵 터지는 온갖 일정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온갖 알람을 해두었다.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시간에 맞춰 아이가 원하는 북위크 옷을 살 수 있었다.
호주에서 북위크는
좋아하는 책에 나오는 캐릭터로 변신을 하는 것인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려고 하는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한다.
어떤 학교는 슈퍼히어로나 마블 캐릭터들은 안된다고 했다던데
우리 애 학교는 그런 것 없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
우리 첫째는 월리를 찾아라 에 월리가 되고 싶다고 해서
다행히도 빅 W에서 저렴하게 옷을 구해두었다.
북위크 당일에
애는 월리 옷을 둘째는 프린세스 소피아 옷을 입고
학교로 갔다.
학교에 가서 퍼레이드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공룡 한 마리와 쥐라기 공원 사육사가 설렁설렁 걸어온다.
웬 공룡인가 싶었더니
웬일 교감선생님이 공룡이셨다.
정말 무서워 보여서 슬슬 피하는 분인데
공룡 복장이라니 깜짝 놀랐다.
둘째는 처음에는 무섭다며 앞에 안 가겠다더니
너 공룡 좋아하잖아 지금 아니면 언제 인사해 보겠어?!라고
하니까 용기를 내서 악수하고 나서 정말 좋아했다.
저 뒤에 컵케이크 옷은 교장선생님.
선생님들도 다 변신을 하셨다.
올해는 6학년 반 전체가 오즈의 마법사 테마로 전부 변신을 했다.
꽤 공들여 변신을 했다.
프렙에 어떤 아이가 이렇게 케이크로 변신을 했다.
이건 무조건 뽑힌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뽑혀서 상을 받았다.
저 디테일!
엄마가 정말 고생하셨겠지만 너무 예뻤다.
둘째가 오빠랑 퍼레이드 하고 싶다고 해서
급하게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괜찮다고 하셔서
첫째 손을 잡고 퍼레이드를 했다.
퍼레이드라고 해봤자 운동장 한 바퀴 빙 도는 것.
그래도 오빠랑 돌아서 신난 둘째와
그 둘째를 늠름히 데리고 돌아다니는 첫째.
평범하게 월리로 변신해서 상은 못 받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는 첫째.
내년에는 상을 받을 수 있게 한번 해볼까? 했더니
그러자 하는데 별로 협조를 안 해주려는지
아이디어가 없는 첫째.
역시 이렇게 놀자판인 호주 학교.
딱 내 마음에 든다.
아이들은 마음 편하게 노는 게 최고지.
공부 스트레스 없이 말이다.
내년에는 어떤 위크 코스튬을 할 것인가.
살 것인가
만들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분명 살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