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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Sep 19. 2022

아이에게 집안일은
언제부터 시키면 좋을까?

만 세 살 전에는 놀이처럼 만 세 살 이후에는 반드시 시킨다. 

Photo by Sarah Brown on Unsplash


사실 난 요즘 육아가 너무 쉽다.


애가 하나일 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애가 셋인데 

세상에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물론 내가 경험이 없었던 초보 엄마여서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칭얼대는 아이를 옆에 두고 쌓아가는 집안일 때문이었던 것도 같다.

쌓여가는 집안일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없어서 

스트레스받았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식기세척기도 안 쓰고 7킬로짜리 작은 세탁기에 드라이어도 없고 

로봇청소기도 없는 그런 원시적인? 삶을 살았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뒤돌아서면 쌓이고 먹고 나면 치워야 하는 그 집안일에 

오죽하면 이제는 먹는 것이 제일 귀찮다. 


애들만 아니면 1일 1식만 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나마 요즘 육아가 점점 쉬워지는 이유는 집안일의 부담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크니 좋은 점이 아이들이 집안일을 도와준다. 


마른빨래를 접어주고 빨래를 알아서 제 자리에 넣어주고 

식기세척기에 자신의 물컵 등을 넣고 

자기 전에 마지막 양치를 한 사람이 

세제를 미리 넣어놓은 식기세척기를 시작한다.


이 정도만 해도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빨래만 해도 우리 애들이 접고 넣어주면 내 시간을 못해도 최소 30분은 벌 수 있다. 

거기다가 둘이서 하니까 엄청 빨리 끝난다.


내 주변 아이가 어린 친구들 한테도 무조건 애들을 시켜야 하며 

그래야 엄마가 편해진다고 부르짖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킬 것이고 언제 시킬 것인가.


처음에 집안일을 시키려면 일단 아이들이 익숙해지고 좋아해야 한다. 

그래야지 아이도 도와준다.

도와주다가 계속 그게 루틴이 되고 루틴이 되면 알아서 하게 된다.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빨래를 하는데 우리 애들은 어릴 때부터 

내가 빨래하면 와서 빨래한 것을 헤집어놓고 놀았다.

그러면 내가 다시 접고 그랬다.


어떻게 하든지 무조건 잘한다 잘한다 해야 한다.


그렇게 빨래를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접는 엄마 옆에서 보고 듣고 배운다. 

만 3년 동안은 빨래를 접는다고 하면 안 접어도 된다고 말만 한다. 


그러면 이렇게 재미있는걸 왜 난 접으면 안 되지? 하면서 

애들이 2살 반부터 막 접기 시작한다.


물론 시작은 접기 쉬운 티 타월부터다. 2살 반부터 티 타월을 접게 한다.

반으로 접어서 또 반으로 접는 것이 그 나이 때는 참 어렵다.

안 한다고 하면 그냥 놓아둔다.

그러다가 또 한다고 하면 하게 한다.


만 3살. 만 3살이 되면 티 타월을 접고 또 접게 한다.

안 한다고 하면 안 해도 된다고 하지만

이거 빨리 안 하면 엄마가 책을 읽어줄 수가 없네 엄마가 놀아줄 수가 없네 하면

애들이 와서 해준다.


만 4살.

티 타월 접는 것은 이제 익숙해졌다. 티 타월을 접는 것이 이제는 싫다.

아니 빨래 접기도 싫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가 지금 안 하기에는 늦었다.


애도 모르는 사이에 티 타월 접기는 아이의 일이 되었다.

네 일인데 왜 하지 않느냐는 엄마의 타박을 받느니

차라리 빨리 하는 편이 낫다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이제 슬슬 바지를 접는 것을 시켜야 한다.

바지 접기는 이렇게 하는 거야 하면서

내가 접는 방식을 가르쳐준다.


만 5살 

바지와 티 타월은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렀다.

학교에 갔다 와서 빨래를 후딱 해야 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후다닥 하면 휘리릭 다 접는다.

이제 티셔츠와 큰 타월을 접게 해야 한다.


티 타월과 바지 접기로 연마한 손 근육 덕분에

큰 수건은 너무 쉽다.


엄마처럼 삼단 접기로 티셔츠를 하고 싶은데 잘 안된다.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거 어려운데 - 정말 어려운 건데 - 하면서

티셔츠 접는 법을 가르쳐준다.


완벽하지 않아도 

난장판 이어도 너무 잘한다!!! 라며 

엄마가 호들갑을 떨어준다.


만 6살 

이제는 옷 접는 것은 너무 쉽다.

큰 수건도 티 타월도 너무 쉬워서 

빠른 빨래 접기를 할 수 있다.


이걸 해야 치즈도 먹고 

뒷마당에서 놀 수도 있고 

엄마랑 숙제도 할 수 있다.


빨래 접자! 하면 다 접어서 

자기 옷은 자기 옷 넣는 통에 

수건은 리넨 옷장에 

티 타월은 부엌 서랍에 

내가 사준 장난감 트롤리 또는 장난감 유모차 안에 

넣어서 가져가서 넣는다.


만 4살인 둘째는 대충 넣지만 

만 6살인 첫째는 제대로 넣는 편이다.


종종 애들 방에 갈 일이 있을 때 내가 가서 정리를 해주기도 한다.


이것과 함께 만 4살부터는 양치한 그릇을 식기세척기에 넣고

식기세척기를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이걸 하려면 셋째와 있다가 일어나서 가서 해야 하는데 

어서 식기세척기 시작해 -라고 하고 

내 할 일을 해도 되니 아이들이 이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0-3세는 놀면서 빨래와 친해지게 

만 4세부터는 본격적으로 티 타월 접고 지정된 장소에 넣어두기

그릇 몇 가지를 식기세척기에 넣고 식기세척기를 시작하기. 

만 5세부터는 바지+티 타월 접고 지정된 장소에 넣어두기

만 6세부터는 전부 다 접고 지정된 장소에 넣어두기를 할 수 있다.

만 7세부터 속옷을 말아서 접는 법을 가르칠 예정이다. 

성공하면 포스팅하겠다.



뭘 하든 칭찬해 주고 못해도 무심히 그냥 넘어가 주고

이 집안일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모두의 일이라는 걸 

제대로 주지 시킨다면 엄마와 아빠의 집안일은 점점 쉬워진다.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는 것은 부모의 선택이다.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안 시킨다면 뭐 할 말은 없지만

집안일을 애들이 해줄수록 부모가 해야 할 집안일이 확 줄어드는데 

이 좋은 걸 안 시킨다니 너무 안타깝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내 집안일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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