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버스 만만세!
우리 첫째는 한글을 만 3살 후반쯤에 배웠다.
3살 후반에 갑자기 글자를 안다고 나한테
말을 하더니 한글을 갑자기 쓰더니
갑자기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내가 아무것도 안 가르쳐주고
책만 읽혔는데
순식간에 한글을 익혔다.
첫째는 1년에 최소 만권의 책을 읽어줬다.
첫째 때는 젋었고? 체력도 좋았고
열정에 넘쳤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던 것 같다.
둘째 때는 첫째가 있으니 일단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첫째 위주로 책을 읽어주다 보니
둘째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좀 더 늙었고 체력도 떨어졌고
열정도 다른 의미로 덜 넘쳤다.
그래서 둘째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1시간 정도만
책을 읽어줬던 것 같다.
그래서 좀 조바심이 났다.
이러다가 한글을 못 배우고 학교에 가면 어쩌지.
그래서 영어만 한다고 하면!
나랑 한국어로 말도 안 하고 영어로만 하겠다고 하면!
으아아아악!
하며 혼자 전전긍긍만 했다.
그렇다고 내가 애를 잡고 가르칠 생각은 안 했다.
애를 잡고 가르치다가
애랑 원수 될 내 성격을 알기에
저절로 배워라 제발!! 했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다.
몇 주전에 우리 셋째가 저 한글 버스로 장난을 치길래
나도 옆에서 같이 놀았다.
ㄱ+ㅏ=가 이렇게 누르면 '가' 소리가 나오는데
그걸로 한참을 놀았다.
그걸 본 후 둘째가 갑자기 한글 버스를 가져가더니
한참 동안 가지고 놀았다.
그러더니 며칠 후에 갑자기 이랬다.
-엄마, 나 '우유' 알아.
-뭐? 한글로? 어떻게 하는 건데?
한글 버스를 가져오더니 우유를 누르는 둘째.
깜짝 놀란 나와 꾸물 남편을 보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둘째.
그날 오후에 '우유'라고 손으로 손수 적은
종이를 가져와서 또 보여줬다.
드디어,
둘째에게도 한글이 터지는구나!
이렇게 예상치도 못하게 터지는구나!
오호라!
점점 읽을 수 있는 글이 많아지고
아 와 어 의 차이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있다.
첫째는 6개월이 안돼서 받침까지 다 읽었던 것 같은데
둘째는 앞으로 어떨지 모르겠다.
한글이 워낙 쉬워서
둘째가 금방 배워서 글을 읽을 것 같다.
둘째 인생 4살 반 만에
이렇게 한글을 읽기 시작하는구나!
책 읽어준 것 말고는
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이렇게 한글이 터지다니 너무 감사하다.
혹시나 몰라서 사둔
'소중한 글(아이패드로 한글 배우는 프로그램'은
계획을 수정하여
만 5살이 되면 그때부터 하든지
안 하든지 해야겠다.
한글을 읽고 나면
곧 첫째가 그렇듯이
내가 글을 안 읽어줘도 되니까
내 책을 읽을 시간이 곧 생길...
아, 나 셋째 있었지.
앞으로 4년은
내 책을 낮에 읽을 시간은 없을 것 같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둘째가 학교 갈 때까지
열심히 책을 읽어줘야겠다.
이제 안심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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